[IT돋보기] '대륙의 힘' 中 게임 6년간 해외 매출 5배↑

윤선훈 2021. 2. 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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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서만 17조원 번 中 게임..韓 게임시장과 비슷한 수준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중국 게임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게임인 미호요 '원신'의 모습. [사진=미호요]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지난해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2020년에 걸쳐 해외 매출이 무려 5배 규모로 성장하면서 수년에 걸친 급상승세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과 비교해 해외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국 게임이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총 154억5천만달러(약 17조원)로 전년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게임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한국 게임시장의 총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매출 규모가 5배나 성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매년 성장률도 두자릿수에 달했다. 모바일 게임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가별로는 해외 매출의 27.5%를 미국에서, 23.9%를 일본에서 거둬들여 양국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챙겼다. 그 다음으로 많은 매출을 기록한 국가가 한국이다. 지난해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 중 8.8%가 한국에서 거둔 매출로 약 1조2천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콘진은 "특히 해외 매출 중 '기타 국가'의 비중이 26%에 달한다"며 "그야말로 오만 국가에 중국 게임이 진출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한 게임도 다양했다. 한콘진이 시장조사업체 뉴주와 감마데이터의 자료를 인용한 수치를 보면, 2020년 주요 5개국(미국·일본·한국·영국·독일)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기준 상위 100대 게임 중 중국 게임의 수가 25개에 달했다. 특히 한국은 5개국 중 가장 많은 34개가 상위 100대 게임에 포함됐다.

지난해 해외에서 흥행한 주요 중국 게임으로는 미호요 '원신', 창유 '일루전 커넥트', 텐센트 '왕자영요' 등이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원신'은 1개월 만에 2억4천500만달러(약 2천700억원)을 벌어들이며 모바일 게임 글로벌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해외 시장 곳곳에서 매출 상위권을 휩쓸었다.

중국 게임의 해외 진출은 일부 거대 제작사나 퍼블리셔 중심이 아니라 여러 기업들에 의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매출 100대 게임 중 중국 게임의 숫자가 34개인데 이들을 론칭한 중국 퍼블리셔는 총 28개사에 달한다"고 짚었다. 이는 미국, 일본 등 다른 시장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퍼블리셔로는 텐센트와 넷이즈 등 소위 '양대산맥'을 제외하고 봐도 퍼펙트월드, 릴리쓰 게임즈, 미호요, 4399, 알리게임즈, 스지화통 등이 줄줄이 꼽힌다.

◆치열한 내수 경쟁 속 강해진 중국 게임

한때 중국 게임은 '저질'과 '짝퉁'으로 악명이 높았다. 유명 게임을 비슷하게 모방한 게임들을 내놓았지만 표절 논란에 더해 게임 자체의 수준도 형편없어 이용자들의 악평이 자자했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양의 중국 게임들이 앱 마켓 등에 출시되면서 '양산형 게임'이라는 멸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중국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게임의 질도 수직상승했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해외 매출도 이에 뒤따라 꾸준히 오르는 모습이다. 한콘진은 중국 게임이 해외에서 통하는 이유로 ▲치열한 내수 경쟁에서 형성된 다양성 ▲빅데이터 기반의 운영 ▲해외 투자와 글로벌 협업을 통한 IP 확보 등을 꼽았다.

중국 게임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그만큼 매우 많은 업체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자연히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 또 국토가 넓은 만큼 게임 플레이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도 많지만 인터넷 자체가 열악한 지역도 아직 많다. 이 같은 환경이 역설적으로 일부 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게임 시장으로의 진출을 유도했다는 평가다.

2월 18일 기준 구글 게임 매출 순위. 톱10 게임 중 4위인 '기적의 검', 7위인 '라이즈 오브 킹덤즈', '10위인 '원신'이 중국 게임이다. 1~3위는 모두 한국 게임으로 톱10 중 3개가 중국 게임인 셈이다.

보고서는 "중국 게임 기업 중 일찍부터 저사양 게임 개발에 주력한 곳은 소위 HTML 게임이나 미니게임 등으로 불리던 다양한 웹 게임들을 개발했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의 소셜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며 "중국 게임사들이 캐주얼 장르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언급했다.

또 "중국 업체들 중 인기 게임을 모방하거나 양산형 게임을 제작하는 곳들도 많지만, 새로운 시도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으며 종종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며 "게임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같은 도전을 토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현지 수요에 맞게 개발과 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7억명에 가까운 게임 이용자가 있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것은 방대한 규모의 이용자 행동 패턴 데이터를 축적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수년간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쌓은 사업 경험이 해외 시장에서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

중국 게임사들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해외투자를 크게 늘렸다는 점도 경쟁력 강화의 한 이유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CNG에 따르면 중국 게임업체의 해외 게임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줄곧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9년에는 처음으로 100억위안(약 1조7천억원)을 넘어섰다. 해외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는 텐센트가 첫 손에 꼽힌다. 최근 수년간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해 슈퍼셀, 에픽게임즈 등 해외 유명 게임사들을 인수하거나 지배가 가능한 지분을 확보했다.

이 같은 해외투자는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콘솔 게임과 싱글 플레이 게임 쪽을 보완하고, 외국의 유명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 업체들은 외국의 IP를 현지화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외국 기업들이 직접 중국에 출시한 게임보다 중국 기업들의 손을 거쳐 출시된 게임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언급했다.

◆중국 이기려면…새롭고 다양한 시도 절실

중국 게임의 이 같은 성장세는 한국 게임업체에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도 최근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중국 게임의 인기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은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한콘진은 국내 게임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에 더욱 활발하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 게임사들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을 인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한때 중국 게임 기업들은 한국을 베끼기에 급급했으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짚었다. 감마데이터가 해마다 발표하는 중국 게임사들의 혁신지수를 보면, 2020년 상반기 중국 게임의 혁신지수는 125.8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성장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평가다. 혁신지수는 그래픽, 스토리 등 게임 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 IP, 수익화 능력 등 게임 외적 요인도 다양하게 평가하는 지표다.

다만 중국 게임사들의 '창의력 부족'이 여전히 중국 게임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걸림돌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중국 게임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이들보다 더 많은 혁신 노력을 하고, 창의성 측면에서 한국이 확실한 강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지금 국내 게임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위해 용기를 내는 일"이라며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이미 다양한 게임을 원하고 있으나 그 수요를 국내 기업들이 대응하지 못해 생긴 간극을 지금은 외국 게임이 메우고 있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게임업체들, 특히 중소기업들의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공공 섹터의 지원과 게임 대기업들의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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