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만의 미투 재심 기각 재판부 "법관들 마음도 가볍지 않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청구인에게 이러한(기각) 결정을 하는 우리 재판부 법관들의 마음이 가볍지 않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56년 만의 미투'로 관심을 끌었던 혀 절단 사건 피해 당사자인 최모(75)씨 재심 청구를 기각한 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기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길게 적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청구인에게 이러한(기각) 결정을 하는 우리 재판부 법관들의 마음이 가볍지 않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56년 만의 미투'로 관심을 끌었던 혀 절단 사건 피해 당사자인 최모(75)씨 재심 청구를 기각한 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기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길게 적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생면부지의 건장한 남성으로부터 힘으로 눌려 성범죄를 당한 순간, 열아홉 소녀는 오로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입안에 들어온 혀를 깨문 것"이라며 "과연 오늘날과 같이 성별 간 평등이 주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면, 청구인을 감옥에 보내지도, 가해자로 낙인찍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청구인에 대한 공소와 재판은 반세기 전에, 오늘날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여,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여 당시의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사건 하나하나의 형평을 도모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구체적 타당성이라는 이념도 쫓아야 하지만, 정해져 있는 법에 따라 혼란을 방지하고 우리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가꾸어 간다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기둥도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경도 올렸다.
재판부는 "우리가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를 논할 때 언제나 등장하고 회자됐던 '혀 절단 사건'의 바로 그 사람이 청구인"이라며 "반세기가 흐른 후 이렇게 자신의 사건을 바로 잡아달라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 달라고, 성별 간 평등의 가치를 선언해 달라고 법정에 섰다"며 이 사건을 맡은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리 재판부 법관들은 청구인의 재심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이러한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말미에 "성별이 어떠하든 모두가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56년 전인 1964년 5월 6일(당시 18세),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에게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얻어 여성의전화와 상담했고 여성단체 등의 도움으로 지난해 5월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ljm703@yna.co.kr
- ☞ 배민 창업자 김봉진 재산 절반 이상 기부…5천억원 넘어
- ☞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 별세…향년 69세
- ☞ 땅팔아 '벼락 부자'된 한 마을 주민들, 새 차 176대 구입
- ☞ "전재산 줘도 상처 못지워" 공 대신 사람 친 프로선수들
- ☞ 30년 옥상에 방치됐던 시신…80대 아들 "모친 사랑해서"
- ☞ '코로나 감염됐었다' 밝힌 기네스 펠트로 "김치 먹으며 회복"
- ☞ 구리포천고속도 휴게소 주차 차량서 남녀 숨진 채 발견
- ☞ SBS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키스신 편집에 아담 램버트도 비판
- ☞ 엘리베이터서 성기 노출 배달기사 덜미 "실수로…"
- ☞ "억! 소리나게 올랐는데"…집 구경만 해도 돈 내라니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56년 만에 미투' 한 못 풀어…혀 절단 사건 재심청구 기각(종합) | 연합뉴스
- 강제 키스 혀 절단사건 당사자 "나의 용기로 사회가 바뀌었으면" | 연합뉴스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수능날 서울 고교서 4교시 종료벨 2분 일찍 울려…"담당자 실수"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