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부모여도, 아이만은 이곳에서 최소한 사람답게"

전아름 기자 2021. 2. 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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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법무부의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도' 추진, 그 의미는?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법무부가 15일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을 심의했다. 이 제도는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pexels

법무부가 지난 15일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을 심의한 것은 외국인 아동들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 아동'이란, 부모의 국내 체류 자격이 박탈되거나, 체류기간이 지났는데 한국에서 출생한 아동, 혼인이주여성으로 입국했다가 배우자에게 이혼당한 후 미등록체류자로 생활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동 등 이른바 그동안 법의 테두리에 담을 수 없었던 아동들을 말한다. 분명히 사회에는 있는데 서류에는 없었던 아동들, 그래서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어린이집 등 안전한 보육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아동들을 껴안겠다는 것.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의 의미를 살펴본다.

◇ 미등록 외국인 아동,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베이비뉴스는 앞서 지난 2018년 '이 아이의 국적은 '인권'입니다'라는 제목의 기획연재를 이어왔다. 국내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불가한 상황에 놓인 외국인아동 중 난민가정에서 태어난 아동들의 실태를 알리고, 이 아동들의 인권을 최소한이나마 지킬 수 있는 지역사회와 정부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 

기획연재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가장 먼저 가난과 돌봄의 문제에 직면한다. 부모는 일하러 가고 아이들은 방치된다. 출생신고가 안 되니 원칙적으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들은 편의점에 간다. 의료보험이 안 되니 가난한 살림에 병원비는 큰 부담이다. 열이 나면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사 먹인다.

실제로 2018년 세이브더칠드런 연구보고서 '난민아동지원 성과 평가 및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난민아동들이 치료가 필요함에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치료비에 대한 부담'(49.2%) 때문이었다. 

학교도 가기 어렵다. 난민법에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신분과 상관없이 다닐 수 있으나, 외국인 아동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직접 입학을 신청한 뒤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을 결정받는다.

이렇게, 사회에 존재함을 증명할 수 없는 아동들은 의료와 교육 등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돼왔고, 학대, 인신매매, 불법입양, 착취 등 사회적 위험에 노출돼왔다. 이런 아동들이 국내에 2만여 명 정도 있다고 한다. 이마저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추산'에 불과하다. 더 많을 수도 있다.

◇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왜 필요한가? 

국제사회는 지난 10여년간 우리 정부에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을 보장하라"고 권고해왔다. 베이비뉴스가 지난 2018년 만난 난민 가정.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공익인권법 재단과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의 단체가 모여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가 한국 정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신고제도'의 법제화를 촉구하는 단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17일 성명을 발표해 법무부의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우리나라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국제 인권법에 반한다"고 말하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제24조 2호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아동에게는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와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리해, 지난 10여 년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다수의 유엔 조약기구들이 한국 영토 내 모든 아동이 출생 등록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한국 정부에 거듭 권고해왔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우리나라 정부는 '외국인 아동들은 본국 대사관에서 출생신고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일관해왔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본국 대사관에 방문해 출생신고를 못 하는 외국인 아동을 다수 목격해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대사관에서 출생신고 못 하는' 아동이란, 본국 정부의 박해를 피해 온 난민들, 부모가 미등록 상태인 아동, 혼외자 출생 후 친모가 귀화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아동을 외면한다면, 이들은 어디에도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없다. 이들은 분명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고 있지만, 서류에 존재하지 않아 학대와 매매, 착취 등 사회적 위험에 노출돼있고, 의료, 교육, 사회보장 등 공적 서비스 접근이 제한돼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미등록 아동과 부모들이 안전하게 출생신고를 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출생통보제를 포함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틀 안에서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이 이뤄져야 이 법 또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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