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군부 비밀 재판 받나..추가 기소 우려도
변호인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어..장기화 가능"
군부 대변인 "아웅산 수지 재단, 자금세탁 혐의 조사"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구금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와 시민 불복종운동이 군부의 탄압에도 지속되면서 군부 쿠데타 직후 군부에 의해 구금·기소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 측은 그가 군부가 주도하는 비밀 재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8일 미얀마 이라와디와 미얀마타임스, AP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은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가택연금된 현재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수출입법 위반과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복 기소된 상태다. 유죄가 인정되면 모두 최대 3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다.
군부는 지난 1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 보안팀이 사용하던 무선 통신장비가 불법 수입된 사실을 발견했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윈 민 대통령에게는 지난해 9월20일 총선 유세 과정에서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 760명에 축사를 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겼다는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를 적용했다. 미얀마 보건부는 같은달 초 정치집회 참석자를 최대 50명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다른 정당도 이를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대변인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웅산 수지 고문에 대해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며 "그가 오는 15일까지 구금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은 15일 풀려나지 못했다. 미얀마 법원이 첫 공판을 연기하고 구금 기한을 17일까지로 이틀 연장했기 때문이다. 아웅산 수지 고문의 변호사 킨 마웅 조는 15일 수도 네피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웅산 수지 고문은 17일까지 (법원 심리를 위해) 구금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의 첫 공판은 킨 마웅 조에게 공지한 일정 보다 하루 앞당겨진 16일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두 요인의 첫 공판이 변호인 몰래 하루 일찍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첫 공판에서는 변호인 선임 관련 질의 등이 진행됐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역시 지난 총선 기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이날 변호인 선임을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위임하겠다고 했다. NLD는 킨 마웅 조를 변호인에 임명했다. 변호사 출신인 윈 민 대통령은 변호사 선임 없이 직접 변론에 나서겠다고 했다.
킨 마웅 조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판사에게 통보 받기 전까지 (추가) 기소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는 없다고 했지만 현지 매체들은 군부가 그가 설립한 자선재단 '도킨지(Daw Khin Kyi)' 임원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킨 마웅 조는 "(변호사 선임을 위한) 위임장 서명을 위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만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택구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만나지 못해 위임장을 받지 못한 상태다. 법원으로부터 변호인으로 인정 받지 못해 첫 공판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은 각기 구금된 장소에서 변호인 없이 첫 공판에 출석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경찰을 통해 관련 서류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에게 넘길 것을 요청했다.
수도 네피도 법원 공보관은 같은날 기자들에게 공판 일정이 바뀐 이유에 대해 "경찰이 구금 기한이 남았음에도 사건을 하루 일찍 법원에 넘겼기 때문"이라면서 "재판부는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다음 공판은 3월1일로 정해졌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다.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위원회(SAC) 대변인 자우 민 툰 장군은 같은날 쿠데타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은 안전한 장소에 구금돼 있고 건강상태도 양호하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체포된 것이 아니라 자택에서 머물고 있다"고도 했다.
자우 민 툰 장군은 "SAC는 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운영하는 재단(도킨지)에서 돈 세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군부와 사법부의 진화 시도에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유엔은 비밀 재판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에 대한 추가 기소를 비난하고 석방을 요구했다.
킨 마웅 조는 17일 AFP와 통화에서 "최선을 바라고 있지만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사건이 간단한 사안으로 분류되면 6개월 안에 종결될 수 있지만 복잡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1년 또는 그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판이 오래 지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다음 공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AFP에 공개했다. 다음 공판에서는 증인 출석 절차와 일정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킨 마웅 조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직접 만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화상이나 전화는 논의의 기밀 유지에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직접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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