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에 돌아선 참모..'박범계 무리수' 레임덕에 불 붙이나

이혜영 기자 2021. 2. 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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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갈등'으로 내상..레임덕 가속화 우려
文정부 민정수석 4명 모두 '리스크'로 작용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무리수'가 야권과 여론의 반발을 사 문재인 정부 레임덕을 한층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이 된 박 장관의 검찰 인사를 최종 승인한 것은 결국 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장기화 하고 있는 '법·검 갈등' 매듭이 풀리기는 커녕 사태가 청와대로까지 확전되면서 이번 정권에서 유독 파장이 컸던 민정수석발(發) 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촉각이 쏠린다. 

'인사 패싱' 불편한 동거 이어가는 신현수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게 수 차례 사의 뜻을 표명한 신 수석은 휴가를 내고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신현수 수석이 오늘 아침 출근해 18∼19일 이틀 동안 휴가원을 냈고,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22일(월요일)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출근해서 (사의와 관련해) 뭐라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면서 청와대가 적극 달래기에 나섰지만, 신 수석은 더 이상 참모로 일할 수 없다는 의사를 확실히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과 박 장관은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검찰 간부들에 대한 유임을 둘러싸고 인사 이견이 있었다. 이를 조율하던 중에 박 장관이 최종안을 발표해버리면서 결국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특히 두 사람의 갈등이 '설'이 아닌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공식화 되면서 신 수석이 더 이상 민정 업무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임기 두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장기간 이어져 온 '법·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검찰 인사를 통해 재점화 된 상황에서 신 수석이 돌파구를 찾아가기 쉽지 않았을 거란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거취가 어떤 식으로 결정나더라도 내상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에 힘을 실어주며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중을 재확인 했지만, '인사 패싱' 논란 등 후폭풍이 생기며 또 다른 숙제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변곡점을 돌아 검찰개혁 완수에 속도를 내려했지만, 예상치못한 파열음이 터져나오며 '단일대오'를 형성하는게 어려워졌다. 임기 말 내부 갈등이 부각되면서 지지율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문 정부가 본격 레임덕을 향해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 관계자를 통해 신 수석의 사의표명 배경을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이같은 우려를 청와대가 감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야당도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 처리를 알았든 몰랐든 어떤 면에서든 레임덕 현상이 확인된 것이라며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을 두고 "대통령 최측근 핵심의 반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정과 인사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비정상이 너무나 빈발하니 임명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민정수석이 반기를 드는 것"이라며 "26일 국회 운영위에 민정수석을 출석시켜 무엇이 문제인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안에 신 수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신 수석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사의를 만류하는 언론플레이"라며 "청와대의 저의가 빤히 보인다"고 일갈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검찰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 연합뉴스

文정부 '민정수석' 리스크 재현되나 

문재인 정부 들어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들의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민정수석을 지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조원 전 수석, 김종호 전 수석부터 신 수석까지 4년간 4명 모두 여러 형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에 휩싸여 '조국 사태'를 불러왔고, 민정수석 시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조원 전 수석은 강남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다가 끝내 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채 불명예 퇴진했고, 임명 4개월 만에 물러난 김종호 전 수석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을 책임지고 떠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임명되면서 이전의 혼란과 갈등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예상은 엇나갔다. 특히 신 수석이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다 물러나면서 이번 사안은 앞선 3명보다 더 큰 충격파를 던지는 모양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이나 지낸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가장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며 '민정수석 리스크'가 거듭 정권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 복귀하는 신 수석이 여전히 사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후임 물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 거취를 둘러싼 고심이 길어질 수록 내부 갈등이 부각돼 '자중지란'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은 신 수석 사의표명으로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신 수석과 박 장관 간 이견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잘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안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돌아보니 어느 한 분이 역할을 해서 확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확 바뀌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나 민정수석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라인' 유임을 결정한 박 장관에 대해선 "박범계 장관이 신임 장관으로서 법무부의 연속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결정을 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며 "그러면 지난 1년간 법무부의 검찰 지휘권 발동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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