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잉크도 안 말라"..중수청 추진에 쏟아지는 비판

2021. 2.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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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검찰에는 기소·공소유지와 영장청구 권한만 남겨두고, 별도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어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없애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바뀐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제도 변화에 따른 실증적인 검토도 없이 '맹목적인 검찰 없애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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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민주당 의원 '중대범죄수사청법' 대표발의
21명 이름 올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검찰 내부 격앙.."실증적 고민없이 檢 없애겠다는 것"
형사사건 정통한 변호사들도 '사건 지연, 수사력' 지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여당이 검찰에는 기소·공소유지와 영장청구 권한만 남겨두고, 별도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어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없애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바뀐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제도 변화에 따른 실증적인 검토도 없이 ‘맹목적인 검찰 없애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15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법률안의 발의자에는 황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총 2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제안한 법률안은 현재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모두 중수청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기관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와 영장청구만 할 수 있게 된다. 즉 또 하나의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이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법 추진인 셈이다.

검찰 내에선 ‘아예 검찰을 없애겠다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이 직접수사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해서 시행한지 지금 두 달도 안 됐다”며 “바뀐 제도 시행 이후 검찰이 수사를 개시해 직접수사 하는 사건은 보이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부장검사는 “새로운 제도 시행에 대한 실증적 검토도 없이 잉크도 안 마른 상태에서 이런 입법을 추진한다는 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저 검찰을 없애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고 덧붙였다.

한 차장검사는 “주요 사건에서 수사 검사들이 공판에 직접 참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기업 범죄나 부패사건처럼 규모가 큰 사안의 경우, 사건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검사가 재판에서 입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이 청와대와 여권 수사를 하니까 그게 못마땅하다는 것 아니냐”며 “제도 개혁이라고 하지만 실은 오만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검찰 내부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에 정통한 일선의 변호사들도 우려를 나타낸다. 헬프미 법률사무소 이상민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고, 경찰은 경찰대로 수사하고, 중수청이 신설되면 통일된 시스템이 아니어서 사건 처리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사건을 끌기 시작하고 뱅뱅 도는 순간 사건들은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진다”고 말했다.

중수청의 수사력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설 수사기관의 수사력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인력 보강이 중요한데, 현재 검찰의 수사력에 버금가는 수사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중수청이 생긴다고 하면 지금 검찰의 검사나 수사관들이 계속 수사 업무를 하겠다고 얼마나 옮겨 가겠느냐”며 “특히 기업 범죄처럼 복잡한 사건의 경우 중수청의 수사력이 문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게 되면 결국 정권 눈치보기 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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