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 1년]시민들 '스스로'-'희생' 두가지 실천해 지옥 탈출
'희생' 컸지만 고위험 업소 자영업자들 휴업에 협조
외신들 "대구는 코로나19 시대 삶의 모델이 되었다"
[대구=뉴시스] 정창오 기자 = 악몽 같았던 한 달이었다. 지난해 대구에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부터 확진자 6144명 과 사망자 57명이 쏟아졌던 3월 17일까지의 상황이다.
첫 확진자였던 60대 여성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으로 확인되고 이들이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종교활동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감염병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아니나 다를까. 대구시가 확보한 신천지 교인 1만459명에 대해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유증상자가 확인됐고 이들 중 무려 90% 이상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첫 확진자 발생 후 불과 닷새 후인 22일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대(154명)를 넘어섰고 29일에는 741명이 쏟아져 최다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이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감당할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자 미처 확보되지 못한 의료체계로 입원을 하지 못하고 집에 대기하는 확진자가 속출했고, 급기야 최초 발생 10일째 사망자가 나왔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돼 첫 환자 발생 이후 한 달간 누적확진자는 6144명, 사망자는 57명이나 발생했으며 선별조사 및 역학조사 무력화, 병상 부족 등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드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은 스스로를 봉쇄하는 위대한 시민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구시의 2019년 대중교통 하루 평균 이용객은 46만3000명이었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던 지난해 3월 첫 주 이용객은 11만7774명으로 4분의 1로 줄었다.
철도이용객과 고속시외버스 이용객도 각각 9분의 1과 19분의 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차량 통행량도 30% 가량 줄었다.
정치권 일부에서 ‘대구봉쇄’를 운운할 때에도 대구 시민들은 동요하지도 대구를 떠나지도 않으면서도 스스로 동선을 제한하고 개인활동을 자제하면서 방역에 동참했다.
고위험 시설의 자발적 휴업률은 클럽 100%, 학원 93%, 노래연습장 91.7%, 실내체육시설 89.5%, 유흥주점 87.7%, 단란주점 86.5%, 콜센터 55.9%에 달했다.
이 같은 희생은 최초 확진자 발생 후 대유행을 겪으면서도 단 53일 만에 ‘확진자 0명’이란 경이적 결과를 도출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한 도시란 칭송은 ‘덤’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월 중순부터 감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대구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움을 견뎌낸 곳이 거의 없다. 정부 방침보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구시민이 지키고 있고 인내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ABC뉴스도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된 2020년, 많은 세계인에게 대구는 삶의 모델처럼 비쳤다”고 했고 미국 데일리 비스트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코로나19 대처에 성공을 거두는 중이고 요인은 절제력과 사회 전체의 응집력”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김영택 충남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3월 누적 확진자가 6000명을 넘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대구의 방역 성과는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대구의 방역체계는 대한민국의 표준이 됐다. 확진자가 쏟아지자 1인 1음압 병실치료 원칙은 환자 수용에 무리라고 판단한 대구시가 신속히 정부에 대응지침 변경을 요청하자 1인 1음압 병실치료 원칙에서 일반 병실 치료로 전환(2월21일)했다.
또한 병실 부족 등이 현실화 되면서 지역의료계와 대구시가 대응지침 변경을 요청한 결과 기존 ‘병실 치료’ 원칙을 생활치료센터에서도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 매뉴얼을 변경했다.
이는 기존 매뉴얼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장 상황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마련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병상 부족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추가 확산 방지 위해 대구시가 정부에 요청 후 도입된 생활치료샌터는 경증 환자를 분리 격리·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감염병 확산 조기 차단 효과는 물론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대구가 세계 최초로 도입(2월 23일, 칠곡경북대학교병원)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해외에서도 혁신적인 사례로 극찬하며 앞다퉈 벤치마킹했다.
차에 탑승한 상태로 접수·진료·검체 채취를 원스톱으로 진행해 검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을 뿐 아니라 대면 최소화로 감염확산 차단이 가능했다. 현재 일본, 미국, 유럽, 남미 등 많은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의 시민참여형 방역은 방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대구시는 홈페이지와 언론 브리핑 통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방역 상황을 안내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효과적인 대응으로 연결시켰다.
대중교통 마스크 쓰기 의무화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연결됐으며 시민들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에 93.3% 찬성으로 화답했다. ‘먹고, 마실 땐 말없이! 대화는 마스크 쓰GO’ 범시민운동에도 적극 협력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공포와 절망을 안겨줬던 감염병에 대해 누구도 확산차단과 진압을 장담할 수 없었던 대구 방역의 성공 요인은 결국 자신을 스스로 사회적 격리에 참여하고 고통과 인내를 감수했던 위대한 시민정신이 바탕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jc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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