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꽃은 활짝 피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화훼 농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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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의 화훼농가는 출하 작업이 한창이었다.
영동지역의 한 화훼 농가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 농협 등이 꽃 팔아주기 행사를 통해 화훼 농가를 돕고 나섰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내 화훼 농가는 20곳에서는 오는 5월까지 튤립과 프리지어 등 꽃 1천만 송이가 재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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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길러도 인건비 못 건질 판.. 결국 땅에 갈아엎기도
(춘천·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의 화훼농가는 출하 작업이 한창이었다.
근로자 6명은 희고 노란 튤립을 가지런히 놓아 상품별로 분류하고 길이에 맞춰 자른 뒤 한 아름씩 묶어 상자에 곱게 포장했다.
2월이면 대목을 맞을 화훼 농가지만, 이들의 손놀림은 그리 흥겨워 보이지 않았다.
각 학교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도 대부분 취소돼 꽃 소비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비닐하우스 한구석에 포장을 마친 꽃 상자가 가득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었을 테지만, 올해는 빈 상자가 더 많아 보였다.
물건을 가지러 오는 꽃 가게 사장의 발걸음도 덩달아 줄었다.
이곳에서 7년째 꽃 농사를 이어가는 임동진(47) 대표는 "1∼2월이면 대목을 맞아 2억원 넘게 매출을 올리는데 올해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그나마 다른 농가보다 손해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영동지역의 한 화훼 농가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강릉시 연곡면에서 40년째 꽃 농사를 짓는 최명식(63) 대표는 최근 애써 기른 백합을 땅에 갈아엎었다.
한 뿌리에 500원을 주고서 심었지만, 출하 가격은 200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아무리 셈을 해봐도 타산이 맞지 않자 1천㎡의 백합밭을 산지 폐기했다.
예년 같으면 3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을 규모다.
최 대표는 지난해 가을 백합을 심으며 '내년이면 코로나19도 끝나겠지'라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확산세는 꺾일 줄 몰랐고 그는 애써 기른 꽃을 다시 땅에 묻었다.
글라디올러스, 아네모네, 튤립 등 지금 기르는 꽃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꽃 특성상 활짝 피기 전에 출하를 마쳐야 하는데 수요가 급감해 때를 놓치면 상품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요즘 매출이 평년보다 70% 이상 떨어져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가 더 힘들고 날씨는 추워서 연료비는 계속 들어가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 농가는 정부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마찬가지로 매출이 뚝 떨어졌지만 여태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 농협 등이 꽃 팔아주기 행사를 통해 화훼 농가를 돕고 나섰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가에서 직접 구매하기보다 꽃가게를 통해 물량을 받는데, 그중에는 수입산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한 농민은 "요즘은 졸업생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화훼 농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만큼 우리도 힘들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내 화훼 농가는 20곳에서는 오는 5월까지 튤립과 프리지어 등 꽃 1천만 송이가 재배될 예정이다.
매출 감소세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대부분을 땅에 갈아엎어야 한다고 농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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