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복소비로 고급차 판매 늘어..국산차는 제네시스 증가세 두드러져

이정혁 2021. 2. 1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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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여행 등 각종 외부 활동이 제한되며 일상생활에서 억눌린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보복소비' 심리가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의 경우 소형·중형차의 판매는 줄어든 대신 비교적 고가인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수입차는 지난해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의 판매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완성차 5개사가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는 전년 대비 6.2% 증가한 137만4715대로, 역대 내수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차급별로 보면 중형 이하 차급 판매는 78만7967대로, 지난해(86만6434대) 보다 9.1% 감소했다. 이는 2015년(101만5651대)과 비교하면 22.4%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대형·대형급 판매는 58만6748대로, 2019년(42만7705대) 대비 32.7% 급증했다. 일반 세단 모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SUV 모델(전 차급)은 작년 총 61만5983대가 팔리며 15.3% 성장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신형 G80을 비롯해 브랜드 첫 SUV 모델인 GV80 등을 작년 초 잇달아 출시한 제네시스는 작년 10만8384대를 판매, 전년(5만6801대) 대비 90.8% 증가했다.

제네시스의 인기는 새해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1월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총 1만1497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3.2%나 폭증한 수치다.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GV70이 2287대 팔리며 인기몰이를 한 데다 G80(5650대)과 GV80(1965대)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6.4%, 466.3% 늘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고급차 구매 심리는 수입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전년 대비 12.3% 증가한 27만4859대였다.

수입차 차종별 금액을 고려한 추정 매출액은 20조2686억원으로 전년(17조7310억원) 대비 14.3% 증가했다. 판매 증가치보다 매출 증가치가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더 비싼 차량이 많이 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입차 브랜드별로 보면 작년 수입차 시장 판매 1위였던 벤츠는 2019년 대비 판매 대수와 매출 추정치가 모두 소폭 감소한 반면 BMW와 아우디, 포르쉐, 볼보 등은 판매와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BMW는 전년 대비 32.1% 증가한 5만8393대를 판매해 총 매출 추정치는 전년 대비 36.8% 증가한 4조7738억원을 기록했고, 아우디는 113.9% 증가한 2만5513대를 판매해 매출 추정치는 124.5% 늘어난 1조8629억원을 기록했다.

포르쉐도 85.0% 증가한 7779대를 판매해 94.9% 증가한 1조86억원의 매출 추정치를 달성했고, 볼보는 21.1% 증가한 1만2798대를 판매, 21.6% 증가한 7904억원의 매출 추정치를 올렸다.

이들 4곳은 매출 추정치의 증가율이 판매 대수 증가율을 웃돌아 전년보다 비싼 차가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억원 이상 모델의 판매 비중은 역대 최대인 15.8%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 가량 증가한 4만315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수입차를 브랜드별로 보면 벤츠가 1만1779대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1억5000만원을 넘어가는 초고가 수입차 시장에서도 벤츠는 5242대를 팔아 압도적인 1위였다.

이에 따라 수입차 브랜드의 작년 대당 평균금액은 7374만원으로 전년(7244만원) 대비 1.8% 상승했다.

기존 수입차 하위 브랜드 구매자들이 눈높이를 높여 상위 브랜드로 진입하는 경향도 엿보였다.

입문형 수입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경우 작년 판매는 1만7615대로 전년 대비 107.0% 증가했다. 매출 추정치는 90.7% 증가한 7989억원으로 브랜드 내 저가 차량의 판매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국내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던 폭스바겐이 작년부터 판매를 본격적으로 재개하자 국산차 구매를 고려하던 고객이 눈높이를 높여 수입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와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초고가 브랜드 역시 판매와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판매 대수 증가율 대비 매출액 추정치 증가율이 낮고 대신 우르스(77%)와 벤테이가(42%) 등 브랜드 내 입문형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았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고급차 판매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과 편의성 등이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존 보유 차량보다 차급을 상향해서 구매하거나 평소에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던 수입차까지 구매 리스트에 포함한 소비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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