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모니터링 해보니..성적 촬영물 피해자의 43%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뿐 아니라 이미지도용·비동의촬영도 심각
성인사이트는 피해촬영물 반복해서 올라와 피해 증폭
지난해 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에스엔에스(SNS) 사전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한 성적 피해촬영물 가운데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경우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피해촬영물 삭제지원 기관인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센터)는 ‘2020 사전 모니터링 분석보고서’에서 에스엔에스와 성인사이트의 사전 모니터링 과정에서 적발된 성적 피해촬영물의 유형과 유포방식 등을 분석했다. 센터는 지난해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이 알려진 뒤 마련된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에 따라 사전 모니터링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에 따라 피해당사자의 신고 없이도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한 피해촬영물을 선제적으로 삭제 지원한다.
SNS 피해촬영물의 43%가 아동·청소년 대상…개인정보 유포만 5800여건
센터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사전 모니터링을 벌인 결과, 에스엔에스에서는 총 4만7617건의 피해촬영물이 적발됐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는 2만453건으로 전체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대상 피해촬영물 중에는 직접적인 ‘아동·청소년성착취물’(6807건·33.1%)만큼이나 ’이미지 성적 도용’(6780건·33.1%)도 심각했다. ’이미지 성적 도용’은 얼굴 등이 찍힌 촬영물을 개인정보와 함께 게시한 뒤 성적으로 모욕하는 방식의 디지털 성범죄를 말한다. 아동·청소년 대상 이미지 성적 도용의 경우 이름·학교·직업·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함께 유포된 경우가 5835건에 이르렀다.
아동·청소년 대상 ‘비동의 촬영물’도 상당수(5975건·29.2%) 적발됐다. 비동의 촬영물은 공공장소 등에서 타인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피해촬영물을 말한다. 모니터링 과정에서는 가해자들이 여성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묶어서 판매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교복을 입고 있는 여성’ 자체를 성적 대상으로 삼은 사례다.
에스엔에스를 통한 성적 촬영물 유포 피해는 △해시태그(#) △공유 △백업사이트를 거치며 증폭됐다. 가해자들은 피해촬영물 키워드를 태그해 다른 가해자들을 끌어들였다.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피해촬영물을 별도의 사이트에 저장해놓는 ‘백업사이트’는 삭제지원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했다. 센터는 “백업사이트는 불법적인 게시물을 신고할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삭제되더라도 피해촬영물의 섬네일, 키워드, 신상정보 등이 백업사이트에 그대로 남아 피해가 계속 확산됐다”고 밝혔다.
성인사이트 피해자는 90%가 성인…같은 촬영물이 여러 사이트에 동시다발로 올라와 피해증폭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아동·청소년인 SNS와 달리 성인사이트의 피해자 대부분은 성인이었다. 센터가 사전모니터링한 20개의 성인사이트에서는 총 3453건의 피해사례가 발견됐고, 이중 90.8%의 피해자가 성인이었다. 센터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해외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안정적인 사이트 운영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를 제외하고 유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짚었다.
성인사이트의 경우 같은 날짜에 같은 제목으로 동일한 피해촬영물이 여러 사이트에 동시다발로 올라온 경우가 많았다. 피해촬영물이 한 차례만 게시된 경우는 전체의 6.3%에 불과했고, 7~11회 올라온 경우가 27.2%, 12~16회 넘게 올라온 사례는 46.6%에 이르렀다. 센터는 “한 명의 운영자가 다수의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피해촬영물을 유통하는 헤비업로더가 같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번 불법촬영 등 피해가 발생하면 여러 사이트를 거치며 피해가 증폭되는 구조인 것이다.
성인사이트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회원들이 피해촬영물 제작과 유포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도록 유도했다. ‘회원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비용으로 지불하거나 피해촬영물을 제작·유포해 포인트를 높여야 했다. 높은 회원 등급을 확보한 사람은 소지하기 힘든 피해촬영물(레어자료)에 접근할 수 있고, 사이트 내에서 ‘능력자’로 인정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촬영물을 대량으로 유포해 ‘네임드’로 불리며 추앙받는 ‘헤비업로더’가 탄생했다.
센터는 “커뮤니티를 통해 다수의 남성이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공유하며 남성연대를 견고히 하고, 디지털 성범죄를 사소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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