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가 뒤집어버린 금융시장 헤게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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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어딜 가든 주식 이야기다.
주식 투자와 재테크 관련 영상들이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인기 탭에 오른다.
유튜브 지표만 보면 올해는 주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유튜버가 주식시장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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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어딜 가든 주식 이야기다. 유튜브 세계라고 다르지 않다. 주식 투자와 재테크 관련 영상들이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인기 탭에 오른다. 최근 멀티채널 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발표한 ‘2020 유튜브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이런 흐름은 코로나19가 불러왔다.
유튜브 지표만 보면 올해는 주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주식 관련 채널들의 성장세를 보면 기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수준이다. 가령 지난해 12월만 해도 구독자 수 10만명대였던 증권사 유튜브 채널들이 올해 1월 들어 40만명대까지 급성장했다. 심지어 그런 채널이 여러 개 있다. 고작 한두 달 사이에 구독자 수십만 명이 늘며 초고속 성장한 것이다.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채널뿐만이 아니다. 1월 마지막 주, 인기 탭에 올라온 채널들은 주로 채널명에 ‘슈퍼개미’란 글자가 붙은 개인 방송이었다. 주식 관련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TV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도 한 유튜버 ‘슈카월드’는 100만명이 구독한다. 그는 1월31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최근 화제가 된 ‘게임스톱’을 다뤘는데, 실시간 시청자 수가 무려 8만1000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유튜버가 주식시장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미국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가 폭등을 이끈 개미군단의 리더 키스 질은 언론을 통해 자신을 “두 살짜리 딸을 둔 유튜버”라고 소개했다. 그는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하던 ‘미친 일주일’의 초입인 1월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게임스톱 주식 차트를 띄워두고 7시간 동안 스트리밍 방송을 했다. 이 영상은 총 조회수 56만 회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의 헤게모니는 기관에 있었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전문적인 운용 전략, 고급 정보, 거대자본을 갖춘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지배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에서는 이 헤게모니가 전복되었다.
미국 개인투자자와 ‘동학개미’의 닮은 점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을 보는 ‘숏포지션(short position)’인데 개인투자자들이 단합해서 가격을 계속 올렸다. 헤지펀드는 방어하기 위해 주식을 더 공매도했지만 결국 개인투자자들에게 패배했다. 헤지펀드 몇 곳은 도산했다. 심지어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인 시트론은 이번 일로 ‘앞으로 매도 대신 매수 포지션 추천에 주력하겠다’며 사업 방향을 바꾼다는 선언까지 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미국의 개인투자자들과 2020년 한국 자산시장을 끌어올린 ‘동학개미’들은 닮은 구석이 있다. 첫째, 주로 2030 세대가 핵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인터넷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들은 주식 투자에 관한 것들도 인터넷에 유행하는 놀이처럼 대하며 고위험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게임스톱의 공매도 전쟁에서 승리한 개미군단의 주역은 키스 질이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커뮤니티(WSB:WallStreetBEts) 이용자들이라고 한다. WSB는 대개 고위험 투자를 하는 젊은이들이 투자 손실이나 이익을 자랑하며 노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빚투를 하는 영끌족’들의 커뮤니티쯤 되겠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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