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뿌렸지만, 2분기 연속 소득격차 더 벌어졌다(종합)

세종=이민아 기자 2021. 2. 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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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 소득, 하위 20%의 4.72배
재난지원금 등으로 공적이전소득 23% 폭증
민간경제활동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
"정부 지출 의존형 경제정책, 한계 드러내"

재난지원금과 정부의 각종 복지 수당 등으로 정부에서 뿌린 돈이 급증했지만,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분배 상황이 2019년 4분기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에 이어 2개분기 연속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근로·사업소득을 상쇄하면서 전체 소득은 소폭 증가세를 나타냈다.

통계청

18일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분기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5분위 배율)’은 2019년 4분기 4.64에서 지난해 4분기 4.72으로 0.08배P(포인트) 악화했다. 5분위 배율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이 배율이 높아질 수록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양극화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 3분기에도 4.88배로 1년 전보다 0.22배 포인트 악화된 바 있다. 이는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분배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9월과 10월에 걸쳐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근로·사업활동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늘면서, 소득불균형은 오히려 악화됐다. 소득양극화 문제를 완화하는 데 재난지원금 등이 무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5분위 배율이) 악화는 됐지만 정부의 다각적 효과로 정책 개선 효과는 있었다"면서 "2분기 때는 재난지원금 규모가 커서 정책 효과가 높았지만, 2차 재난지원금은 3~4분기에 나뉘어 지급돼 효과가 비교적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다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0.5%, 5.1%씩 감소했다. 이전소득은 25.1%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 사적이전소득이 각각 22.7%, 30.0%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생산활동에 공헌한 대가로 지불된 소득이 아니라 정부 또는 비영리단체, 다른 가구가 반대급부 없이 무상으로 지불하는 소득이다.

정 국장은 "공적이전소득은 9월과 10월 나뉘어 지급된 코로나19 2차 재난지원금, 사적이전소득은 추석 연휴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는 등 교재비가 늘어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으로 이 기간 1.7%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002만6000원으로 2.7% 늘었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137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는데, 평균소비성향은 117.8%로 전년동분기대비 0.5%P 하락했다. 5분위 처분가능소득은 789만5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2.3% 늘었다.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2만원으로 1.8% 증가했고,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51만2000만원으로 0.4% 늘었다.

지출 측면에서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어난 47만7000원이었다. 육류, 채소 등의 가격 인상과 소비 증가로 육류(30.5%), 신선수산동물(28.7%), 채소 및 채소가공품(20.5%)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주류‧담배 지출은 4만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12.5% 증가했다. 영양보조제, 마스크 등 구입 증가로 의약품, 의료용소모품 지출이 각각 9.4%, 83.7% 늘었다. 교통지출의 경우 자동차구입이 37.0% 증가했다.

4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8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자비용, 가구간이전지출,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은 각각 4.7%, 4.0%, 16.1%씩 줄었다. 비소비지출 4개 분기 연속 줄었다. 정 국장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시행해 종교시설 운영이 중단되고, 종교단체 기부금도 덩달아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17만5000원으로 2.3% 증가했다. 흑자액은 126만9000원으로 이 기간 8.2% 증가했다. 흑자율은 30.4%로 전년동분기대비 1.7%P 상승했다. 평균소비성향은 69.6%로 전년동분기대비 1.7%P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증가했는데 소비지출이 줄면서 평균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를 찍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전국민재난지원금으로 침체된 경기활력을 보강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로 소득활동 자체가 원활하지 못해 소비욕구까지 침체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면서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 지출이 경기활성화나 소득격차 완화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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