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지주·은행, 10월까지 도산 대비 '사전유언장' 제출

정옥주 2021. 2. 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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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FI 선정 3개월 내 자체정상화계획 제출해야
'금융시장 혼란 방지'..금융계약 조기종료 일시정지권 도입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시중은행과 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회사가 도산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정상화 계획을 마련·제출하는 일종의 '사전 유언장' 제도가 오는 6월 말 도입된다. 또 대형 금융회사 파산에 따른 파생금융거래 등의 조기청산으로 시장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격금융거래를 계약만료일 전 종료·정산하는 것을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4월1일까지 41일간이다. 이는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SIFI)'의 자체정상화계획·부실정리계획 제도 등을 도입하기 위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29일 공포된 데 따른 조치다.

이 제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 발생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국제적 합의에 따라 진행됐다. 금융안정시중은행과 금융지주 등위원회(FSB)는 SIFI의 부실 전이를 차단하고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를 위한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도 관계기관, 주요 금융회사와 함께 논의를 거쳐 금산법 개정안을 지난해 공포했다.

개정 금산법에 따르면 오는 6월30일부터 SIFI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경영 위기상황에 대비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구계획(자체정상화계획)을 매년 작성,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6월 기준 SIFI는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KB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5개사와 이들의 소속 은행 등 총 10곳이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매년 SIFI를 선정해야 하며, 은행과 은행지주회사가 선정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올해의 경우 개정법 시행 후인 7월 SIFI로 선정된 은행지주회사·은행은 오는 10월까지 자체정상화계획을 작성·제출해야 한다. 자체정상화계획에는 이사회·임원 등의 권한과 책임, 핵심기능 및 핵심사업, 경영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기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 등이 포함돼야 한다. 계획 제출 전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감원은 자체정상화계획과 평가보고서를 3개월 이내에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또 금융기관이 건전성을 회복하기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해 예금보험공사는 해당 금융기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부실정리계획'을 수립, 자체정상화계획을 송부받은 날부터 6개월 내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자체정상화계획, 부실정리계획은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금융위의 승인을 받게 된다. 심의위원회는 금융위원회 위원(위원장 1인), 4명 이내의 금융 분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다.

금융위는 SIFI가 정리절차를 실행하는데 예상되는 장애요인이 있는 지를 평가하고, 이를 해소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금융위가 승인한 자체정상화계획에 기재된 경영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해당 계획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 금융위는 자체정상화계획에 따른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일정한 기간 내 해당 조치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SIFI가 부실금융기관 등으로 결정되는 경우, 거래상대방은 최대 2영업일동안 적격금융거래를 종료·정산시킬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된다. 적격금융거래란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현물환 거래, 통화·이자율을 기초로 하는 파생금융거래 등을 말한다. 부실금융기관이 출자를 통해 정상화되거나, 일시정지됐던 적격금융거래가 다른 정상 금융기관으로 계약이전되는 경우 정지기간 종료 후에도 적격금융거래의 상대방이 종료 및 정산을 할 수 없다.

특히 시행령에는 일시정지의 기간을 일시정지 결정을 내린 때부터 '최대 2영업일의 범위에서 금융위가 정하는 시간까지'로 구체화했다.금융위는 적격금융거래 종료·정지를 일시정지하는 결정을 한 경우 지체없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 등으로 결정되면, 이미 그 금융기관과 파생금융거래 등의 계약을 맺은 거래상대방은 계약 기한 전에도 그 거래를 종료·정지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도산·정리절차가 개시되는 금융기관이 대형 금융기관인 경우 거래상대방이 금융거래계약 기한 전 계약을 종료·정지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금융당국은 SIFI 거래상대방이 거래를 종료·정지하는 것을 최대 2영업일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후 5주만에 전체 파생계약의 80%(약 73만건)에 대해 상대방이 기한 전 계약종료권을 행사,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 바 있다. 이에 FSB는 '일시정지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 2019년 11월 기준 FSB 회원국 24개국 중 15개국이 계약종료권 일시정지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위는 "이번 법개정을 통해 SIFI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건전성 등을 제고해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정리당국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금융불안의 전염이 최소화돼 궁극적으로 정리비용이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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