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김봉진 "재산 절반 기부"..빌 게이츠가 세운 '억만장자 기부클럽' 한국인 첫 가입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김 의장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달의민족' 창업자입니다.
김 의장은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통해 공개 선언했습니다. 한국인 중 첫 가입자입니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합니다.
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의 219번째 기부자가 됐습니다. 아시아에서 7번째입니다. 앞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앨런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등이 가입했습니다.
더기빙플레지는 홈페이지에 김 의장 부부의 사진과 함께 서약서를 공개했습니다. 김 의장은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했습니다.
기부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라고 말입니다. 이어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분야에 기부할 지에 대해서는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10년 전 창업 초기 직원이 2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라는 꿈을 품었다고 합니다. 그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다"라고 합니다.
김 의장의 재산은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하면 1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면 5000억원 넘게 기부하게 됩니다.
앞서 김 의장은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이후 사랑의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총 100억 31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더기빙플레지는 까다로운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부를 서약하는 신청자의 재산 형성 과정도 꼼꼼하게 따집니다. 진정성이 있는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을 거친 뒤 서약자의 이름, 사진, 선언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개인적인 미래 기부와 별개로, 라이더 처우나 수수료 불만 등 현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상당히 공신력 있는 단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기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 앱 성장에 큰 역할을 한 만큼, 이들의 처우 문제 개선에도 돈이 쓰이고 배민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더기빙플레지에 공개된 서약서 전문입니다.
[서약서 전문]
안녕하세요 김봉진, 설보미입니다.
우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그리고 앞선 218분의 기부선언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하며 그 이야기를 잇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심지어 위 사진은 한나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그리고 셋째 다니엘은 아직 두 살이라 설명이 불가능해 훗날 자라면 누나들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 )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기부 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사업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기부 과정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예상 수명보다 훨씬 더 많이 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지금 모든 계획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기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갈 것이며,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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