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여가부 감시 권한 더 강화해야" [상임위원장에 듣는다-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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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출범 직후부터 연이은 정치권의 성추문으로 휘청이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성추문으로 서울·부산시장은 공석 상태로 보궐선거를 기다리고 있고, 진보 야당인 정의당은 대표의 성추행 논란으로 비상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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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제 관심없는 진보? 본질 회피 안돼
연이은 아동학대 문제, 전폭적 지원 나서야
여가부 장관, 부총리급으로 격상할 필요
대담 : 이형석 정치부장
21대 국회가 출범 직후부터 연이은 정치권의 성추문으로 휘청이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성추문으로 서울·부산시장은 공석 상태로 보궐선거를 기다리고 있고, 진보 야당인 정의당은 대표의 성추행 논란으로 비상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야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성추문에 휘말리며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정치권의 성인지 감수성이 가장 낮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에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 세계적 흐름으로 봐도 늦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더 확대돼야 정치권 성폭력도 멈출 수 있다”고 말한 정 위원장은 “정부 조직 역시 바뀌어야 한다.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더 큰 권한을 갖고 정부 부처를 총괄할 수 있어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아래는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1대 국회 전반기 여가위원장을 맡으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것 같다.
▶여성 문제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 여가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동시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깨와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여성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서다 보니 지금 상황에서 제 말 한 마디가 여성계 전체의 목소리처럼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최근 여성 문제가 양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해졌다. 사실상 한국 여성계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최근 국민 정서와는 어느 정도 함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시나.
▶요즘 젊은이들은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 입장이 상당히 강해졌다. 오히려 제 발언을 놓고 ‘옛날 사람 아니냐’고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나이 있는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는 ‘저 사람은 왜 저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세대에 따라 사회가 양극단으로 향하고 있는데, 저는 그 사이에서 중간 위치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국회라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보는데, 오히려 민간 기업은 사회 변화에 민감하다. 자체적으로 성희롱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는 기업이 없다. 그런 점에서 국회는 사회의 변화 수준에 비해 늦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민주당은 최근 여성위를 중심으로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성폭력 예방 교육도 진행했다. 온라인 교육이었지만,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개별 의원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교육을 진행했다. 당헌당규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국회에 현재 성평등 상담실이 있지만, 한 명만 근무하고 있다.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노력에도 두 거물급 지자체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났고, 정의당 역시 대표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유독 정치권에서 성추문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보지만, 우선 국회가 남성 중심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여전히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은 19% 정도에 그친다. 세계적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성 문제에도 상당히 둔감하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는 결국 권력 구조의 문제인데, 지난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이제는 성추문이 정치 생명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이후 자성의 목소리와 여러 대책이 나왔다. 국회 안에서 봤을 때 국회가 스스로 바뀌고 있다고 느끼나.
▶지금은 여전히 혼란한 시기라고 본다. 의원들은 확실히 조금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정치 지도자라면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 올바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세상이 변했는데 어떻게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면 안 된다. 특히 진보는 노동이나 가족 문제 전반에 여성 문제가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진보는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라 본다.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아동 학대 문제도 여가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일 것 같다.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위원회 내에서 얘기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시스템을 통해 발견하지 못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혼자 할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를 최근 입법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는데 반대 의견도 있어 조율 중이다.
-현장에서 아동 학대에 대처하는 인력들은 현실적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아동학대 수사와 사례 관리를 분리하고 있다. 현재는 아동 보호 전문 기관과 경찰이 이원화된 과도기 상황으로, 양쪽의 아동 학대 판단 기준이 다르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전문 기관에서는 아동 학대를 발견해도 보호자가 오히려 반발하며 기관 전문가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위한 신변 보호를 비롯해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가족부가 구조적 한계 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여가부가 부처 중에서는 권한도 없고 사람도 부족한 ‘미니 부처’다. 이 때문에 여가위에서 볼 때는 여가부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올해로 여가부가 생긴 지 20년이 됐다. 현재 부처를 아예 없애느냐, 또는 더 확대하느냐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확실히 여가부가 여러 부처 사안이 중첩된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이를 위해 제안하는 것이 여가부의 기능과 인력 확대다. 당장 아동 성폭력 문제만 하더라도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를 위해 여가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 시켜 사회문제 전반을 총괄 기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정리=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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