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낙인'..적자 쌓이는 목욕탕

2021. 2. 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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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설 영업 재개에도
확진 발생때보다 이용객 없어
손님 한명 와도 시설전체 난방
손해 보면서 개장 악순환 상황
서울 서부권 3곳중 1곳 휴폐업
목욕장업주들 "희망 없고 우울"
서울의 한 목욕탕에서 직원이 방역을 하고 있다. 지난 설날 연휴 목욕탕의 연중 최대 대목도 실종됐다. [연합]

코로나19 집단감염 홍역을 두 차례 치른 서울 관악구에 사우나 딸린 종합 스포츠시설은 지난 15일 다시 문 열었다. 사우나·찜질방 운영금지 조치에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지 83일 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15일 0시를 기해 2단계로 완화됐지만 이 곳 이용객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고작 5% 수준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직후의 10% 수준 보다 더 못하다.

이 시설 최종화 본부장은 “‘코로나 낙인’이 찍혀 손님이 오지 않으니 지난해 모두 세 차례 문을 닫았는데, 그래도 난방비 등 관리비는 계속 들어가 가만히 앉아서 월 7000만~8000만 원을 까먹었다. 문을 열면 1억 5000만 원을 손해 보는 구조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재개장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강사·프론트·탈의실 등에 종사했던 직원 40여명은 무급으로 놀았다. 식당·스낵코너·세신사·이발소 등 부대시설은 세를 받지 않았는데도 따라서 문을 닫았고, 딸린 종사자들은 다른 목욕탕으로 옮기거나 일용직을 찾아 전직했다. 최 본부장은 “요즘은 누구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을 수 있고, 감염 책임이 개인의 방역 준수에 달린 것이지,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의 책임은 아니지 않냐”며 “자영업자만 피해보는 업종별 집합금지나 제한은 말아야한다”고 항의했다.

서울 시내 800여곳 목욕장업주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사우나·한증막·찜질방 가동을 중지하고, 목욕시설만 운영하면서 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나는 중이다. 연중 최대 대목인 설 연휴를 놓친데다 완화된 방역 지침에 사우나 시설만 제외되자 시름이 더 커졌다. 17일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에 재진입해 경계감이 커지자 당분간 주름살을 펴기 어렵게 됐다.

18일 금천·구로·양천·강서·영등포·마포구 등 6개 자치구 목욕장업주들의 모임인 한국목욕중앙회 서부지회에 따르면 서부권역 목욕시설 25~30% 가량이 휴·폐업 중이다.

구로구 구로동에서 찜질방·사우나를 20년 간 운영해온 김기학 대표는 “탕 안에 손님 서너명이 있는데 열 불이 터지더라”며 “손님이 한 명만 와도 욕탕 물을 데우고 시설 전체를 난방해야하니 적자를 덜 보고자 문을 닫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 5명이 대부분 처음부터 함께 해 온 사람들이라 인원을 더 줄일 수도 없다. 급여를 20~30%씩 줄였는데도 월 1500만~2000만 원씩 손해보고 있다”며 “휴게실 운영을 중지했더니 동파에 배관이 터지고 황토벽이 붕괴되더라. 솔직히 희망이 없고 우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만해도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출로 버텼던 이 업주는 업종변경을 포함한 돌파구를 고민 중이다.

목욕장업주들은 업종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기계적, 획일적 방역지침에 분통을 터트렸다. 통상 목욕업은 11~4월까지 겨울과 봄철의 6개월 성수기 수입으로 1년을 영위한다. 시설면적이 1000㎡ 이상 커 임대료·세금·관리비가 많이 들고, 세신사·이발·매점 등 딸린 종사자들도 많다. 이용객의 요구도 단순 목욕 보다, 사우나·찜질방 등 휴식을 즐기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다.

목욕중앙회는 지난달 말 서울시와 정부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조건으로 발한실을 오후 9시까지 허용해달라는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발한실 운영금지로 서울시 800여 업자, 1500여 자영업자, 2000여 종사자들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해있다”며 “모든 업소에 획일적으로 운영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 보다 서민 생계를 감안해 방역 수칙 위반 업소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우나·발한실·찜질방 운영 금지가 해제되지 못한 배경으로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점을 언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사우나 집단감염은 누적으로 414명이다. 목욕장업으로 등록되지 않아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서초구 아파트단지 내 사우나 시설 집단감염도 포함한 숫자다. IM선교회 1곳의 집단감염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누적 확진자 2만 6484명의 1.56%, 집단감염 1만 32명의 4.12%를 차지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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