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논란 속 미중 협력에 무게..카드 사용 옵션도
중국 희토류 수출 규제 가능성에 공급망 다변화 비상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김윤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 양국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을 경우 '희토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이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의 첨단무기 생산에 타격을 주기 위해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로 이런 우려가 커졌다.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의사는 없다며 미중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면 이를 옵션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희토류 카드 중국에…바이든 정부, 디커플링 막아라"
후시진(胡錫進) 글로벌타임스 편집인은 18일 논평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쓸지, 이 무기를 어떻게 쓸지는 새로운 주제가 아니라면서 "중국에서 관련 평가는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이 희토류 보복 카드를 검토했다는 FT 보도를 사실상 시인했다.
FT는 중국이 양자 갈등 상황에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군수업체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 기업이 얼마나 피해를 볼지 업계에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자문하는 한 인사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하면 미국이 F-35 전투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지 알고 싶어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F-35의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 보잉, 레이시언 등 미국의 3개 방산업체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F-35의 전자 전력 시스템과 자석 등 핵심 부품에 희토류가 쓰이는데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투기 한 대에 희토류 417㎏이 들어간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희토류 총량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희토류 관리조례' 초안을 공개했을 때도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후 편집인은 이 조례에 대해 "필요하면 중국의 국가 이익을 훼손하는 외국 기업에 반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FT 기사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대립적 분위기를 과도하게 부각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전쟁'을 일으킬 전면적 대립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이성을 찾아 미중 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만, 이 카드는 완전히 쓰지 않는 예비 전력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심각히 다치면 강력한 보복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희토류 카드의 효과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다른 시장의 희토류 개발을 촉진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공급망 다변화 가속…호주 반사 이익
중국의 규제에 맞서 공급망 다변화에 가속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호주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린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호주 희토류 채굴기업 아이오닉희토류는 우간다의 희토류 채굴 '마쿠투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근 930만 달러의 신규 투자를 확보했다.
아이오닉희토류는 "세계 희토류의 95%를 공급하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마쿠투는 점점 더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약 40% 정도이지만 낮은 정제비용을 무기로 해외 채굴 희토류도 빨아들여 세계 공급망을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국가는 희토류 생산과정에서 제기되는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로 채굴한 희토류를 중국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야기한 호주 업체 라이너스코퍼레이션이 지난달 미 국방부와 미국 내 희토류 분리공장을 건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희토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라이너스코퍼레이션은 앞서 말레이시아 희토류 처리 공장과 관련한 환경·건강 문제로 논란이 됐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몇 년 사이 감소 추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수출량은 3만5천447.5t으로 전년보다 23.5% 줄어 2015년 이후 최저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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