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몰 "절반 가까이 폐업"..철거도 못하는 '애물' 왜?

김영록 2021. 2. 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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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영업을 시작한 국제시장 청년몰. 지금은 모든 업체가 문을 닫은 상태다.


부산 중구 국제시장 1공구 A동 2층에 있는 청년몰입니다. 청년 상인들이 모여 양곱창과 라면 등을 팔았습니다.

청년들의 꿈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폐허로 변했습니다. 일부 점포에는 밥솥과 기름 등 조리도구도 그대로 남아 있지만 최근에 사용한 흔적은 없습니다.

모든 점포는 비어 있고 곳곳에 거미줄까지 쳐져 있습니다. 전기세 미납을 알리는 통보문도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국제시장 청년몰. 폐업한 업체 앞에 밥솥 등 조리도구가 방치돼 있다.


■ 개장 1년 만에 청년몰 폐업…왜?

전통시장 청년몰은 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국제시장에도 국비와 시비 등 15억 원을 들여 2018년 12월 12곳의 점포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도 전입니다.

이곳을 관리하는 중구청과 시장번영회 등에서 새로운 청년상인을 모집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새로운 청년 상인들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청년몰은 완전히 문을 닫게 됐습니다.

청년 상인들에게 폐업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들은 ‘임대료’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제시장 청년몰 상인들에게 1년간 임대료를 지원해 줬습니다. 그런데 이 임대료 지원이 끊기고 청년상인들은 국제시장을 대거 이탈했습니다.

입지 때문입니다.

전국의 청년몰 대부분은 전통시장 빈공간을 활용한다는 취지에 따라 보통 시장 건물 2층이나 3층 외진 곳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수준의 임대료라면 조건이 좋은 곳에서 장사하겠다며 청년 상인들이 이곳을 먼저 떠났습니다.

일부 가게가 먼저 문을 닫으면 전기료 등 공용관리비를 남은 가게가 떠안는 점도 부담이 됐습니다.

인적이 끊긴지 오래 돼 청년몰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모습.


■ 시장 활성화 위해 만든 공간이 애물단지로

상인들은 청년몰을 철거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사업은 국비 등을 모아 시작한 사업인데 이 때문에 청년몰을 5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조기에 철거하려면 1억 원이 넘는 환수금을 내야 합니다. 이 돈은 애초 청년몰 사업을 신청했던 부산 중구청이 내야 하지만 사업에 깊이 관여한 시장 번영회에도 부담이 됐습니다.

결국, 쉽게 철거를 결정하지 못했고 청년몰은 폐허 상태에서 1년 넘게 방치됐습니다.

■ 전국서도 폐업 청년몰 속출

부산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35개 시장에 조성된 청년몰 점포 590여 개중 220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 이유는 국제시장 청년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청년몰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청년몰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초기 임대료 지원 등 청년몰 조성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겁니다.

청년몰 상인들은 선발 과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상인들을 뽑을 때 개개인의 사업계획이나 자금력 등 이런 부분들을 소홀히 평가했다는 겁니다.

커피숍을 열겠다고 한 청년 사업가는 사업에 선정되고도 돈이 부족해 커피머신이나 제빙기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캡슐 기계만 사고 얼음도 그때그때 구매해서 커피숍을 운영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업체가 끝까지 유지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청년상인들은 처음부터 진짜 장사를 할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데 단순히 스펙이나 경험을 쌓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초기에 걸러내지 못했었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자체가 젊은 층 보다는 중장년층이 몰리는 곳인데 대다수 청년몰이 너무 젊은 층만 공략하려고 한다며 고객 타게팅 자체가 잘못됐다고도 우려합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몰 사업 전략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오디션 형식으로 상인 선발, 자생력도 강화”

사업 주체인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도 청년몰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청년과 관련된 이슈가 워낙 뜨거웠던 만큼 그 숫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뒀던 것 같다고 털어놨는데요.

이 때문에 상인들을 뽑을 때 오디션 형식을 차용하는 등 지난해부터 상인과 사업지를 선정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새로 청년몰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기존 상인들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배달 등 온라인 판매 교육과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미지수인데요.

청년몰 사업 5년, 청년 상인이 꿈을 키우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당초 취지에 맞게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영록 기자 (kiyur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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