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엔진의 요람' 한화..KF-X·누리호 '심장'이 뛴다 [한국 항공우주산업 리포트②]
항공기엔진 '글로벌 넘버원 동반자' 비상
3대엔진사와 파트너십 '대체불가사업체'
롤스로이스 품질검사 위임 '무한신뢰'
80여대 첨단로봇 공정 FMS 따라 분주
KF-X·부품국산화, 항공산업 발전 주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항공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간 거리두기는 항공 수요 감소는 물론 항공산업 전반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우주까지 아우르는 항공산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치열한 전장이 된지 오래다. 더욱이 분단국인 한국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분야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는 한국 항공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고 내일을 고민한다.
엔진은 항공기의 심장이다. 기능면에서도 그렇지만 가격면에서도 엔진은 전체 항공기에서 15~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엔진 제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 항공기와 선박 엔진의 요람이자 산실이다. F-5 제공호부터 곧 첫선을 보일 한국형 전투기(KF-X) 엔진까지 모두 이곳을 거친다. 오는 10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1, 2, 3단 엔진 역시 마찬가지다.
▶“도면만 있으면 모두 만들 수 있어”=세계 항공기 엔진 시장은 롤스로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드휘트니(P&W)가 사실상 과점하며 3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 불리는 이들 모두와 탄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1979년 가스터빈 엔진 창정비가 출발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항공기 엔진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간 누적된 독보적인 기술과 신뢰를 토대로 ‘대체 불가능한 사업체(대불사)’로 평가받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4일 찾은 경남 창원 사업장 곳곳에선 ‘항공기 엔진 글로벌 넘버원 파트너’라는 문구로 대변되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항공기 엔진은 한치는 커녕 1000분의 1㎜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고도의 기술력과 40~50년의 정비 기간을 감안해 수십년 동안 안정적 공급능력을 갖춰야하는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은 산업이다. 또 군용기 엔진 1대의 가격이 고급승용차 120대에 해당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롤스로이스, GE, P&W 등과 장기공급 계약, 엔진 국제공동개발(RSP, Risk & Revenue Sharing Program)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RSP는 항공기 엔진의 개발, 양산, 관리까지 전체의 리스크와 이익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계약방식으로 세계적으로 독일과 일본 등 소수 업체만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롤스로이스가 직접 하던 품질점검 권한을 위임하는 무한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롤스로이스의 전 세계 수백개에 달하는 파트너사 중 처음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시스템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GE와는 2019년 3300억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P&W와는 2016년 싱가포르 항공기 엔진 부품 생산법인 운영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운 엔진 개발에 최소 1조원 가량 투입될 만큼 위험부담이 큰 상황에서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들로부터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남형욱 창원사업장장(상무)은 “모든 사람이 국내든 해외든 이동할 때 탑승하는 항공기 엔진에는 우리 제품이 들어가있다”며 “항공기 엔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사이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는 달라도 모든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가 있듯 항공기 엔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사이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남 상무는 품질 우선주의가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유수의 항공업계들이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은 뭔가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우리도 처음에는 가격경쟁력으로 시작했지만 동시에 품질로 승부하자는 생각을 놓지 않았고 이제는 모두 인정할 정도로 수준이 올라섰다”고 말했다. 또 “제조 기술도 도면만 있으면 못 만드는 게 없을 정도”라며 “경제성을 따져야하기 때문에 독자 개발을 안할 뿐이지 제조분야에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SF 영화 방불케하는 ‘스마트 팩토리’=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만1000㎡(3310평) 규모의 엔진 부품 조립공장인 스마트 팩토리에 들어선 순간 공상과학(SF) 영화의 무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양쪽으로 즐비한 자동조립로봇, 연마로봇, 용접로봇 등 80여대의 첨단 로봇이 정해진 공정에 맞춰 유연생산시스템(FMS)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통로에서는 무인운반로봇이 자재창고에서 부품들을 이곳저곳 다른 로봇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 같은 공정은 24시간 내내 가동된다.
엔진 부품은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품질을 요구한다. 이곳에서 제작하는 엔진 부품은 케이스와 엔진 내부 회전부에 들어가는 초정밀 가공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니켈, 티타늄과 같은 난삭 소재를 정밀 가공해야 하고,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1000분의 1㎜) 단위 오차까지 관리한다”며 “이를 위해 각 공정에서는 장비마다 최대 1초에 20회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금속재료의 미세한 팽창까지 막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 내부 실내 온도는 항상 21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방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남다르다. 1980년 GE와 기술제휴를 통한 F-5 제공호 제트엔진 생산을 시작으로 KF-16 최종조립업체 선정, T-50 계열과 F-15K 엔진, 그리고 한국형 헬기 ‘수리온’ 국산화 엔진 생산에 참여했다. GE의 F414를 적용한 KF-X 엔진 통합 개발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엔진 부품 국산화를 위해 GE와 기술협약을 체결해 KF-X 엔진의 국내 조립과 주요 부품의 국산화에 나서는 등 자주국방 강화와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창원(경남)=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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