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린투자금 3경원 시대..현대차와 포스코 협력이 절박한 이유 [최원석의 디코드]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2. 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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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며칠 사이에 몇가지 흥미로운 국내 뉴스가 잇따랐습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수소사업 분야에서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지난 16일 나왔죠. 지난 15일에는 LG화학이 국내 기업 중 최대인 8200억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련)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LG전자는 지난 16일 전기·가스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에어컨’을 출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

이런 각각의 뉴스가 의미하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탄소중립(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 탈(脫)탄소입니다. 이제 대처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현실과 생존, 그리고 성장의 기회가 된 분야 말입니다.

탄소중립은 ‘그린버블’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허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기술·실용 관점에서 보면 부풀려진 면도 있지요.

하지만 ‘돈의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기업·산업을 키우려면 자금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작년 ESG 채권·론 투·융자액은7400억달러로 2019년보다 60%나 증가했습니다. 국가·기업 모두 탄소중립을 향해 움직이면서 필요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는 중입니다. 또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탄소중립 관련 글로벌 투자금 규모는 무려 3경원에 달합니다.

이제는 탄소중립이 비즈니스 참여의 최저 조건이 되어가고 있지요.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뿐 아니라 서플라이어·거래처에도 탈탄소 로드맵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즉 자사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조달·생산·물류·판매)을 재검토함으로써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일부 국내기업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탄소중립 행보가 얼마나 중요한 신호를 담고 있는지 음미해보시고, 이 분야를 좀더 추적해 보시면 어떨까요? 기업이라면, 흐름을 모른채 위기를 맞는 대신 그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을 수 있을테고요. 투자자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아래의 5가지 관점으로 설명 드려 보겠습니다.

1. 그린 투자 3경원 시대, 천문학적 투자금에 숨은 선진국의 속내...테슬라의 놀라운 자금력의 원천

2. 작년 전세계 ESG 투자 7400억달러로 전년비 60% 증가, 투자처마다 ESG 평가 급확산...ESG 못높인 회사, 투자여력 사라진다

3. 현대차·포스코 협력이 한국 산업계의 미래에 주는 메시지

4. ESG 채권 발행, 히트펌프 에어컨 발표에서 나타난 LG의 변화와 가능성

5. 소극적 방어 마인드 버리고, 그린투자금 유치 물결에 올라타야 살아남는다

물론 여기에는 유럽·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저성장 국면을 거액의 탄소중립 자금 투입으로 뒤집어 보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작년에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38%에 달해 화석연료 비율(37%)을 처음 넘어섰고, 조만간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높은 유럽은 한·중·일 등 동북아 산업강국에 비해 탄소중립 전략을 구사했을 때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의 흐름이 이미 탈탄소에 집중되고 있는데, 우리만 볼멘소리 해봤자 먹힐리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수세적 자세를 취하기 보다는, 우리 기업들도 탄소중립 분야에서 전략을 잘 세우고 홍보를 강화해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관련 투자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16일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의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현대차 정의선(왼쪽에서 둘째) 회장과 포스코 최정우(왼쪽에서 셋째)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체결식에는 현대차 김세훈(맨 왼쪽) 연료전지사업부장과 포스코 유병옥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이 함께했다. /포스코그룹

◇1. 그린 투자 3경원 시대, 천문학적 투자금에 숨은 선진국의 속내...테슬라의 놀라운 자금력의 원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의 목적에는 겉과 속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환경부담을 낮추는 것이지만, 속으로는 그린투자를 통해 자국 경제를 성장시켜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지요. 핵심은 자국의 경제성장입니다.

코로나 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탄소중립을 방아쇠로 하는 경제패권 전쟁입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나 대형투자자들이 자국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는 것이지요. 업계에서는 관련 투자금 규모를 3경원으로 추정하는데요. 이 규모가 전쟁의 심각성을 말해 줍니다.

이를 기업 관점에서 보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만합니다. 특히 아시아 기업 입장에서 지금까지 ‘비용’ 관점에서만 봤던 탄소중립이 국가 보증을 기반으로 한 거대 비즈니스로 재탄생한 것이죠.

테슬라도 그 패러다임의 전환의 과실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에 따른 데이터플랫폼 비즈니스로 돈을 벌 가능성이 큽니다만, 당장에 투자금이 쇄도한 것은 역시 탄소중립 관련의 이유가 큽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 비즈니스인 자동차산업에서 누가 탄소중립에서 1등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단순한 대답은 ‘테슬라’이니까요.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50조원에 달합니다. 기존 자동차업계 1등 도요타 시총(280조원)의 이미 3배입니다. 중요한 것은 테슬라를 거품이라 비판할게 아니라, 테슬라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거대한 자금을 끌어들였느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그동안 도요타는 ‘도요타은행’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수십년간 꾸준히 거액의 이익을 내온 덕분에 내부유보금만으로도 굵직한 투자실행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요. 그런데 테슬라는 도요타가 그렇게 수십년간 쌓아온 내부유보금을 불과 몇년만에 자금시장에서 조달한 것입니다. 그런 테슬라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실행할 경우의 파급력을 상상해보시면 어떨까요?

국내 기업이 테슬라의 방법을 따라하는 것은 보유한 실력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으나, 적어도 도요타와 테슬라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 넘쳐나는 탄소중립 관련 글로벌 투자금을 어떻게 나의 사업자금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작년 전세계 ESG 투자 7400억달러로 전년비 60% 증가, 투자처마다 ESG 평가 급확산...ESG 못높인 회사, 투자여력 사라진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련 투·융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작년 ESG 채권·론 투·융자액은7362억7900만달러로 2019년보다 60% 증가했습니다. 국가·기업 모두 탈탄소를 향해 움직이면서 필요 자금 조달을 서두르는 중입니다. ESG 관련 투·융자는 용도에 따라 호칭이 다릅니다. 채권의 경우 환경(E)·사회(S) 모두에 관련될 경우 ‘지속가능채’, 환경만이라면 ‘그린본드’, 사회만이라면 ‘소셜본드’로 불립니다. 코로나19 대응을 목적으로 한 ‘코로나채’는 소셜 본드의 하나입니다.

급증 배경엔 각국 정부의 탈탄소 대처 강화가 있습니다. 영국은 2030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디젤·가솔린 신차 판매 금지. 석탄 화력발전소는 영국·프랑스가 각각 2025년, 2022년부터 폐지 방침을 밝히고 있지요.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일련의 정책에 대응하는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는 중입니다.

대형 조달이나 새로운 구조의 사채·론도 잇따르고 있지요. 작년 8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당시 사상최대 규모인 57억달러의 지속가능채를 발행했는데요. 에너지 절약이나 인종격차 시정 등 8개 항목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론에서는 스웨덴 룬딘에너지가 작년 12월 금융기관으로부터 50억달러를 다시 빌릴 때 활용했습니다. 종래에는 보유 화석연료 매장량을 담보로 대출 한도를 정해 차입했지만, 이번에는 재생에너지의 도입 등 탈탄소를 향한 목표치 달성 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동하는 구조를 채용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인센티브로 삼은 것입니다. 국채에서도 ESG로 용도를 한정한 발행이 확산 중입니다. EU는 작년 10월 170억유로의 소셜본드를 발행하고 2021년부터는 그린본드도 발행할 계획입니다. 총액은 300조원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작년 9월엔 독일이 처음으로 환경 대책에 충당하는 국채를 65억 유로 어치 발행했습니다.

자금 공급쪽도 ESG 쪽으로 급선회 중입니다.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 1월 ‘지속 가능성에 관한 정보개시가 현저하게 불충분한 기업에는 반대표를 던진다’라고 선언했지요. 지금은 이 추세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블랙록이 1년 전 이 발표를 했을 때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운용사가 ESG를 우선하겠다면서 일종의 ‘개종’을 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으로부터의 투자 철회 표명한 투자회사는 세계적으로 1300곳이 넘습니다. 작년 12월 프랑스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 등 세계 자산운용 대기업 30개사는 2050년까지 운용처의 온난화 가스 배출량 실질 제로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네트 제로(탄소배출 실질제로) 애셋 매니저스 이니셔티브’라는 투자자 그룹을 설립해 투자처 기업에 탈탄소를 촉구를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들 30개사의 운용자산 합계는 9조달러에 달합니다. 운용 회사가 개별적으로 대화나 의결권 행사 통해서 기업에 탈탄소를 요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현대차 포스코 협력이 한국 산업계의 미래에 주는 메시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지난 16일 수소 사업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이것은 단순한 홍보용이 아니라, 앞으로 국내 제조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빅뉴스라 생각합니다.

일단 협약식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했습니다. 국내 최대 철강·자동차 기업의 최고 리더가 직접 만났다는게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양사는 수소에너지 활용 기술 개발, 포스코 제철소 운영차량 무공해 수소전기차로 전환, 수소사업 공동 협력 등에 합의했는데요.

이것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탄소중립 관련 주요 업종 간의 횡단 전략, 그리고 LCA 관점을 염두에 둔 장기적 협업의 그림이 그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다가서고 특히 이를 홍보해 탄소중립 관련 글로벌 투자금을 끌어들이려면, 바로 업종간 횡단 전략, LCA 관점의 장기 전략 이 두가지가 절실하게 필요한데요. 포스코와 현대차의 협업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하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탄소중립 투자금을 끌어들이는데 불리할 수 있지요. 게다가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두 분야가 바로 철강과 자동차입니다.

주간다이아몬드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안그래도 3중고(重苦)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높은 원료 가격입니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면서 중국 철강업체가 점점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철강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업계 절대강자입니다. 압도적 내수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원자재 사들이기로, 원자재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지요. 두번째는 장기적 수요감소. 세번째는 중국산 철강의 규모의 경제에 따른 가격경쟁력 열세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철강산업은 탄소중립을 위해 또다른 거액의 투자를 강요받고 있는 셈이지요. 철강업은 대표적인 탄소배출 산업입니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공정에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쓰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전기로로 바꾸거나, 환원제를 수소나 천연가스로 바꾸는 대대적인 설비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이지요. 내연기관 자동차가 탄소배출의 주범처럼 몰려 있는 상황이니까요. 당장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등의 기술을 갈고 닦아 실리를 도모하면서, 전기차나 수소사업, 기업간 탄소중립 협업 등을 외부에 잘 알려 글로벌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바로 이런 분야에서 포스크와 현대차, 그리고 현대제철의 업종을 횡단하는 탄소중립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많은 난관이 있을텐데요. 이런 난관을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면, 기업간의 시너지, 그리고 기업간 협업의 전략을 투자자들에게 잘 홍보함으로써, 넘쳐나는 글로벌 탄소중립 관련 투자금을 유치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너무 앞선 얘기지만, 중국발 전세계 철강산업 위기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합병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현대차그룹의 앞으로의 사업방향, 그리고 세계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처한 위기를 타파할 방법 등을 고려할 때 허황된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GBC 건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총비용 20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 안했으면 좋았을지 모르지만,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이상 이 프로젝트에서 최소비용·최대효과를 내는게 중요할텐데요. 미래 관련 투자로 한 푼이 아쉬운 현대차그룹이 여기에 조 단위 투자비를 계속 쏟아부을 수는 없더라도, 105층의 랜드마크가 주는 효과를 포기하고 50층짜리 건물 3개로 바꾸는 것이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늦었더라도 어떻게든 잘 포장해서,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글로벌 탄소배출 관련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은 없을지 궁금합니다.

LG 여의도 본사. /연합뉴스

◇4. ESG 채권 발행, 히트펌프 에어컨 발표에서 나타난 LG의 변화와 가능성

최근 LG그룹의 행보를 보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LG그룹은 전기차, 자동차의 전장화, 탄소중립 등에서 기회를 만들 가능성이 꽤 높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룹 내 가용자금이 너무 모자라다는 것이죠. 미래 관련 투자를 하고 싶어도, 기존 시설을 탄소중립을 위해 개선하고 싶어도 투자할 돈이 부족합니다.

지난 15일 LG화학이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인 8200억원의 ESG 채권을 발행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LG화학은 이 ESG 채권으로 조달한 금액을 대부분 친환경 관련 투자에 쓸 계획입니다. 이 중 6200억원은 시설자금으로 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관련 설비와 양극재 증설 등에 쓸 예정이고요. 운영자금 2000억원은 친환경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등에 투입됩니다.

이건 요즘 추세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꽤 영리한 전략입니다. 위의 내용은 어차피 LG그룹이 해야할 것들입니다. ESG로 이름 붙이면 그런 것이고, 제대로 홍보하지 않으면 자금이 모자라 실행을 못할 수도 있는 것들이지요.

한편 LG전자는 지난 16일 전기·가스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에어컨’을 출시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 탄소중립, 특히 LCA 관점에서의 탄소중립과 연결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국내 최초로 전기식 에어컨과 가스식 에어컨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시스템 에어컨’을 출시했다고 이날 밝혔지요. 간단히 말하면 건물에 사용되는 에어컨의 효율을 높여 전기료를 아껴준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전력 사용량을 줄여주니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이것은 테슬라가 최근에 가정용 냉난방기 사업에 진출한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모델 Y’에 기존 제품보다 더 작고 효율이 높은 히트펌프식 냉난방기를 탑재했는데, 이것을 가정용으로 전용(轉用)하겠다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폐차할 때 나오는 폐배터리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가정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 냉난방기까지 더한 것이죠. ESS, 태양광 패널, 전기차에다 고효율 냉난방기까지 조합하면, 가정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테슬라가 마주칠 새로운 환경규제 즉 LCA에 대한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에 대한 LCA 입니다. 자동차의 생산과 에너지 생성, 주행, 폐기, 재활용 등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서 CO2 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2019년 3월 유럽의회·유럽위원회가 자동차의 LCA 적용 검토를 유럽연합(EU) 당국에 요청했고, 2023년까지 결론이 날 예정입니다. 유럽에선 현재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보다 훨씬 더 엄격한 ‘유로7’을 2025년부터 실시하는데, 유로7 다음 단계 규제로 LCA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에서도 2025년 이후의 규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자동차 분야의 LCA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히트펌프를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고, 그것을 넘어 가정용 냉난방기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은 자동차 배출가스 낮추기 경쟁이 현재의 기업별 평균 연비(CAFE·Corporate Average Fuel Efficiency) 기준에서 LCA로 옮겨가는 것과 직결됩니다. 테슬라 차량의 폐배터리가 태양광 패널 가정에 사용되고, 가정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잡아먹는 냉난방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LCA에서 테슬라 차량의 전체 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겠지요.

똑같은 전략이 LG그룹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LG는 세계 톱클래스의 전기차 배터리와 공조장치 업체입니다. 테슬라처럼 폐배터리를 ESS로 활용하고 건물·가정용 공조장치의 효율을 히트펌프를 활용해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탄소중립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겠지요. 이런 점을 어필해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탄소중립 관련 투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겁니다.

◇5. 소극적 방어 마인드 버리고, 그린투자금 유치 물결에 올라타야 살아남는다

2021년은 ESG 관련 투자가 본격화 되는 것 뿐 아니라, ESG를 못맞춘 기업은 글로벌 투자자의 선택에서 제외되는 원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유럽·미국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기업의 ESG 등급이 낮고 이를 활용한 투자·자금조달에서도 상대적으로 늦은 편입니다. SMBC 닛코증권 조사에 따르면, ESG채의 소재지별 발행 주체는 유럽이 45%, 중국이 20%, 일본 3%입니다. 한국은 확인이 필요하나 1%도 안될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제약 조건도 많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이 큰 트렌드이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유럽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핸디캡이 많지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맞겠지만, 당장은 원전가동 등을 유지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에도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국내 기업들도 ESG관련 전담 부서를 두고 관련 투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1100억원 규모의 ESG 투자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규모 면에서 아직 글로벌 관련 투자 주체들에 비해 너무나 적고요. 특히 탄소중립 관련 기업구조 전환을 수세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무려 3경원에 달한다는 탄소중립 관련 글로벌 투자금의 일부라도 한국 기업이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유럽 등이 탄소중립 관련 투자·지원금을 무기로 한국 제조업의 유럽 현지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가 탄소중립 관련 자금 지원에서 밀리면, 국내 기업의 신규 투자와 고용이 유럽 등 해외에서 더 많이 일어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써야 국내 산업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를 잘 판단해서, 미래의 더 큰 부 창출에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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