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killed the video star?" 클하 뜨자 유튜브 스타도 긴장[청계천 옆 사진관]

신원건 기자 2021. 2. 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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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Clubhouse·이하 클하)'가 '핫템'입니다.

클하는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어플로 완전히 오디오로만 서비스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 등 기존 SNS에서도 "몇시에 클하로 모이자"는 문구가 많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이지만 국내 취업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절반이 이미 클하 이용 경험이 있거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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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애플 앱스토어 클럽하우스 페이지 캡쳐
‘클럽하우스(Clubhouse·이하 클하)’가 ‘핫템’입니다. 클하는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어플로 완전히 오디오로만 서비스됩니다. 초대를 받아야만 쓸 수 있지만 사용자끼리 자유롭게 방을 만들며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 등 기존 SNS에서도 “몇시에 클하로 모이자”는 문구가 많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이지만 국내 취업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절반이 이미 클하 이용 경험이 있거나 알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다보니 1년 여 만에 이 기업의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영상 시대인 21세기에 오직 목소리만 듣는 SNS가 왜 인기 폭발인 걸까요. 유튜브는 물론 틱톡도 완벽한 동영상 기반입니다. 인스타그램도 ‘비주얼 인싸’들의 무대입니다. IT미디어는 점점 더 고도화된 영상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요즘 아마추어 유튜버들도 프로 못지않은 촬영과 녹음, 화려한 편집 영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디오 매체인 공중파 라디오조차도 전용 어플로 DJ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생방송 서비스를 같이 합니다.

물론 비(非) 영상 매체, 즉 텍스트(글·문장) 위주의 IT미디어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PC통신 채팅방으로 시작하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죠. 카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 프로그램도 문자 위주로 소통하죠. 블로그, 브런치, 트위터, 교환일기 어플 등도 글 위주의 미디어입니다. 블로그와 브런치는 장문으로 작가들의 데뷔무대 같은 역할을 했죠. 트위터나 교환일기는 단문이지만 대신 간결하고 정갈하게 써야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클하는 텍스트도 사실상 필요없습니다. 그냥 말로 하면 되니까요. 완벽한 오디오 전용 매체입니다. 마치 사랑방에 모여 떠들거나, 자유스런 분위기의 토론회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비주얼’에 자신이 없어도 됩니다. 글을 잘 못 써도 됩니다. 어차피 그냥 말로 하니까요. 전문 유튜버라면 당연히 보유하고 있을 촬영-녹음 장비나 조명, 스튜디오도 필요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하면 되니까요. 편집도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그냥 생방송처럼 운영되고 녹음 기능도 없어 기록으로 남지도 않습니다. ‘다시 듣기’ 기능이 없거든요.

세련된 영상을 촬영-편집할 역량이 여의치 않아서, 가지런한 문장으로 기록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자신만의 경험과 콘텐츠를 타인에게 알려줄 기회가 없던 분들에겐 최적의 IT미디어가 탄생한 것입니다. 영상 매체와는 거의 대척점에 있는 매체가 아닐까 합니다.

클하를 두고 1970년대 영국 대중가요 ‘Video killed the radio star’에 빗대 ‘Audio killed the video star’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비주얼 인싸들이 주름잡던 IT미디어에도 가장 원초적인 소통 방식의 ‘말’로 하는 매체가 등장했다는 뜻이겠죠. 구독자를 빼앗길까 유튜브 스타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비디오는 포장(촬영·편집·BGM·자막)이 중요하지만 오디오는 내용만 있으면 되니까요.

왜 클하에 누리꾼들이 열광하는지는 아직 사회과학적 분석이 딱히 없어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만, 홍수처럼 넘치는 영상에 지쳐서가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해봅니다. 사진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저도 뭔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IT사용자들은 지금을 ‘영상 시대’가 아니라 ‘영상 과잉 시대’로 느끼지 않는가 하고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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