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트럼프發 4대 위기' 해소 속도전 나섰지만 공화당 협조가 관건

김석 기자 2021. 2. 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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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향후 미국의 대응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오는 20일 바이든 美대통령 취임 한 달

취임날 性정체성 차별 금지

파리기후협약 복귀 등 명령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지시

행정명령만 벌써 31건 서명

역대 대통령 比 2~4배 많아

對中강경책·우주군 유지 등

일부 정책은 계승 의지 밝혀

오는 20일 취임 한 달을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려 52건의 행정조치에 서명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함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에 열을 쏟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총 31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12건)의 배를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상상황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지우기’ 차원에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계승’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적인 구석이 하나 없다”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판한 대중정책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뿐 아니라 중동정책 등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색깔이 적지 않다”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달간 총 52건 행정조치…코로나19 대응 등 4대 부문 집중 =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지금까지 발표한 행정명령과 대통령 교서, 내각 지시 등은 총 52건이다. 이 가운데 행정명령이 31건으로 가장 많고, 대통령 교서가 12건, 성명은 3건, 내각 지시와 요청은 각 2건, 기타 2건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미국의 4대 위기 해소에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을 통해 공개한 ‘첫 10일 개관’ 제목의 문서에서 미국의 4대 위기로 △코로나19 △경기침체 △인종 불평등 △기후변화를 꼽았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 달 동안 행정명령 등을 통해 취해진 조치로는 코로나19 관련 보건 조치가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대응 조치도 3건이었다. 취임 당일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철회 절차 중단 문서에 서명한 게 대표적이다. 이틀째인 1월 21일에는 비행기·버스 등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취임 100일 내 코로나19 백신 1억 명 접종 추진 등을 발표했다. 이민 관련 개혁 조치와 성·인종 평등 조치도 각각 9건과 5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각종 차별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었다. 또 같은 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등을 발표하는 등 기후·환경 문제와 관련한 행정조치도 취임 후 3건 내놓았다.

◇신속 집행은 장점이지만 일시적 효과, 장기적으론 공화당 협조가 관건 =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정권 초기 의회 입법이나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주요한 정책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행정명령의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례 없이 많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간 서명한 행정명령 건수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7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 달간 서명한 행정명령(31건)은 이들에 비해 2∼4배에 달한다.

하지만 행정조치는 의회 입법화를 거치지 않은 일시적 조치로, 정권교체 시 다시 폐기될 우려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보건·이민·경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중 100건 가까이가 폐기됐으며, 50건 이상이 수정됐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확실히 지우기 위해선 의회에서 입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주요 인사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 의석수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으로 같다는 데 있다. 야당인 공화당 협조 없이는 사실상 안정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셈이다.

◇중국 및 중동정책 등에선 ‘트럼프 계승’ 징후…대북정책 검토 결과 주목 =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4대 위기 해소를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 지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 중 일부는 계승의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중 강경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시 주석과 가진 첫 통화에서 홍콩, 신장(新疆), 대만의 인권·민주주의 문제를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력체(쿼드) 확대를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대중 관세도 당분간 폐지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를 시작한 대북정책이 어떤 내용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창설한 우주군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 등은 계승하지는 않겠지만, 협상 재개 전 대북제재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대북정책은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후 새로 만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도 미국 노동자 보호 효과를 들어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외교 성과인 아브라함 협정 역시 유지할 예정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지난해 9월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국교를 수립하기로 한 합의로, 중동 현대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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