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m 규모 조선왕실 문서 '이십공신회맹축' 국보됐다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등 12건은 보물 지정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실물과 관련 기록이 완전하게 남아 있고 24m에 달하는 큰 규모를 갖춘 조선왕실의 문서 1건을 국보로,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등 12건을 보물로 각각 지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한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국보 제335호, 二十功臣會盟軸-保社功臣錄勳後)는 1680년(숙종 6년) 8월30일 열린 왕실의 의식인 '회맹제'(임금이 공신들과 함께 천지신명에게 지내는 제사)를 기념하기 위해 1694년(숙종 20년) '녹훈도감'에서 제작한 왕실 문서다.
'회맹제'에는 왕실에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내린 이름인 공신 중 '개국공신'부터 '보사공신'에 이르는 역대 20종의 공신이 된 인물들과 그 자손들이 참석해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회맹제가 거행된 시기와 이 회맹축을 조성한 시기가 15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숙종 재위(1674~1720년) 중 일어난 여러 정치적 변동 때문이었다.
당시 남인과 더불어 정치 중심세력 중 하나였던 서인은 1680년 '경신환국'을 계기로 집권해 공신이 되었으나, 1689년(숙종 15년)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정권을 잡으면서 공신으로서 지위가 박탈됐다.
이후 서인은 1694년 '갑술환국'으로 다시 집권하면서 공신 지위를 회복하였고 이때 1등~3등까지 총 6명(김만기, 김석주, 이입신, 남두북, 정원로, 박빈)에게 '보사공신' 칭호가 내려졌다.
회맹축은 숙종 연간 보사공신이 있기까지 공신으로 지위 부여(녹훈)와 박탈(삭훈), 회복(복훈)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물자료이다.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1680년 회맹제 거행 당시의 '회맹문'(종묘사직에 고하는 제문)과 보사공신을 비롯한 역대 공신들, 그 후손들을 포함해 총 489명의 명단을 기록한 '회맹록', 종묘에 올리는 '축문'과 '제문'으로 구성됐으며, 축의 말미에 제작 사유와 제작 연대를 적었고 '시명지보'라는 국새를 마지막으로 찍어 왕실 문서로서 완전한 형식을 갖추었다.
조선 시대에는 공신회맹제가 있을 때마다 어람용 회맹축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1910년까지 문헌을 통해 전래가 확인된 회맹축은 3건에 불과하다.
1646년(인조 24)년과 1694년 제작된 회맹축, 1728년(영조 4) '분무공신' 녹훈 때의 회맹축이 그것이다. 이 중 영조 때 만들어진 이십공신회맹축의 실물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1646년에 제작된 '이십공신회맹축-영국공신녹훈후'(보물 제1512호)는 국새가 날인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어람용이자 형식상, 내용상 완전한 형태로 전래된 회맹축은 이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가 유일하다.
이 회맹축은 17세기 후반 숙종 대 경신환국, 기사환국, 갑술환국을 거치면서 서인과 남인의 정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수습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당시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는 사료로서도 역사 및 학술 가치가 높다. 또한 왕실유물 중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로 제작되어 조선 후기 왕실 공예품의 '백미'로서 예술성 또한 우수하므로 국보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한편 보불 지정 대상에는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을 포함했다. 이는 문화재청이 사찰 문화재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해 불교문화재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의 성과다.
2016년에 조사한 경상남도 지역 사찰에서 소장한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총 3건을 지정대상으로 선정했다.
지정 대상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선원제전집도서 목판'(보물 제2111호, 禪源諸詮集都序 木板)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1579)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저본으로 해 1603년(선조 36) 조성된 목판으로, 총 22판 완질이다.
판각에는 당시 지리산과 조계산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한 대선사 선수(1543∼1615)를 비롯해 약 115명 내외의 승려가 참여했다. '선원제전집도서 목판'은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된 것으로, 전래되는 동종 목판 중 시기가 가장 이르고 희소성, 역사·학술·인쇄사적 가치가 인정된다.
이와 함께 고려 승려 지눌(1158~1210)이 지은 '간화결의론'을 1604년(선조 37)에 판각한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과 1455년(세조 1)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판본을 저본으로 해 1611년(광해군 3) 제작된 '대방광원각수다리요의경 목판' 등도 보물로 지정했다.
또한 문화재청은 고려 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인 '고려사(高麗史)'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 처음으로 보물 지정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나라 고대와 조선 시대사 관련 중요 문헌들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그동안 고려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인 '고려사'도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롭게 역사·학술·서지적 가치를 검토한 결과다.
보물 지정 대상은 현존 '고려사' 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 4건을 비롯해, 연세대학교 도서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3개 소장처에 보관된 총 6건이다.
이들 6건은 고려의 정사(正史)로서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되었으나, 고려 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가치가 인정되었다.
특히, 해당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이밖에 문화재청은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및 복장유물'(보물 2116호), '구미 대둔사 경장'(보물 제2117호), '지정조격 권1~12, 23~34'(보물 제2118호) 등을 보물로 지정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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