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가야 고분 경관 훼손 아파트 건축..누가 허가했나?
■ 고층 아파트 허가에 부산시 심의까지 '묵살'
부산시 동래구에 있는 복천고분은 삼국시대 가야의 유적들이 발굴된 고대 무덤군입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 부산 동래구 복천고분 일대의 아파트 최고 높이를 26층으로 허가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허용기준인 50m(야외 유리 돔 전시장 해발고도)를 2배 이상 초과한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복천고분 인근에는 20층 이상 높이의 아파트 13개 동을 포함해, 5천여 가구가 들어서게 됩니다.
문화재청의 이러한 결정은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2016년 문화재청이 부산시에 복천고분 주변 재개발을 심의하라 했고 부산시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보다 훨씬 낮게 19층으로 허가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허용기준을 초과하기에 심의를 개최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역에선 국가 사적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기준을 초과한 아파트를 허가하고 지자체의 의견을 묵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 '복천고분 경관' 훼손 여부는 심의 논외 대상?
왜 이렇게 됐을까? 그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KBS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20 쪽수가 넘는 회의록엔 고층 아파트가 고분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부산시 심의를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 부산시가 낮췄더니 '더 높여서' 허가한 문화재청
문화재청 담당 공무원은 "부산시 결정이 훨씬 낮은데, 우리가 더 높여서 처리해주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지만, 또 다른 문화재청의 직원인 전문위원은 " 높아졌다 한들 위원들이 괜찮다고 하면 그걸로 끝인 것"이라며, "(부산시 심의가)제로베이스가 됐다"고 주장합니다.
문화재청은 자신들이 허가할 아파트 높이가 부산시의 허가 결과인 19층보다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통과시킨 겁니다.
■ "심의하라"고 해놓고선 말 바꿔
문화재청의 이런 태도는 2016년 부산시에 '국가지정문화재와 시 지정문화재 보존지역이 중첩되는 지역은 부산시 심의를 받아라.'라는 의결을 스스로 번복한 것이기도 합니다.
부산시 문화재위원회는 2018년 문화재청 지침에 따라 국가사적인 복천고분과 동래읍성지, 동래향교 등 14개의 시 지정 문화재 보존지역이 겹치는 구역을 심의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문화재청은 말을 바꿉니다. 중첩지역 가운데서도 고분 경계의 200m까지는 문화재청 관할이라는 겁니다. 신경철 부산시 문화재위원장은 이에 대해 " 문화재청이 자신들이 뱉은 말을 인제 와서 뒤집는 것"이라며 "자기모순을 보여 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자신들의 무리수도 인정
문화재청은 말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회의 석상에서 인정했습니다.
"부산시와 신뢰에 문제가...", "'옛날에 내가(문화재청이)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어'라고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문화재청은 부산시 문화재위원회가 애써 고분의 경관을 고려해 문화재청의 결정보다 낮게 허가한 심의를 묵살했습니다.
■ 복천고분 경관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위원회에는 문화재청 공무원 3명뿐 아니라 고고학 등 역사 전문가인 교수 6명도 참석했습니다.
문화재청 누리집엔 위원의 자격을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에서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련된 학과의 부교수 이상에 재직하거나 재직하였던 사람' 등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을 통해 알 수 있듯 '문화재위원회가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라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일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천고분을 둘러싼 문화재청 심의에서 역사 전문가인 문화재위원들은 '부산시 심의 인정 여부'를 놓고 다른 의견을 내놓는 공무원의 발언을 듣는데 상당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문화재청에 문화재위원회를 두는 이유가 '우리나라 정체성 확립과 문화적 품격 향상'이라면 고층 아파트가 고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한 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요.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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