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 단호한 정부..들끊는 여론..정확한 기준은?
"'현금청산' 안 내놨으면 이미 빌라·다세대값 난리났다. 누가 책임질텐가"(정부관계자)
2·4 공급대책에 포함된 '현금청산' 원칙을 두고 "재산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예외를 두는 즉시 빈틈을 노리고 '투기유입→가격급등→공급 무산' 수순을 밟을 수 있어 '배수의 진'을 쳤다.
입법 과정에서 국회에서 수정안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수정안으로 공급계획이 무산되면 국회가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절대 후퇴 없다.. 예외 꺼낸 쪽이 실패 책임져야", 여당 이번주 '현금청산' 법안 발의
1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9일쯤 2·4 대책 후속으로 공공주택특별법, 도시정비법, 소규모정비법, 도시재생법, 토지보상법, 토지이용규제기본법, 주택도시기금법, 주택법 등 8개 개정안을 무더기 발의할 예정이다. 대책발표일(4일) 이후 집을 사면 현금청산 원칙이 이들 법안에 들어간다.
입법 과정에서 대출규제와 비슷하게 이직·교육·부모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개발이 늦어져 장기 실거주한 사람에겐 '우선입주권'을 주는 예외조항이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투기세력은 해당 지역을 사 놓고 기다리기 때문에 현금청산 원칙을 유지하려는 정부 입장이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강제수용이나 현금청산은 원래 있던 방식인데 정부가 이를 너무 부각시켜서 시장 반감만 더 샀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이 정한 사유재산 침해기 때문에 수정안, 대안 모두 100% 반대한다"며 입장을 분명해 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집값을 잡으려고 대책을 내놨는데 예외규정을 두면 공급은 무산되고 집값만 폭등한다"며 "절대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하면 실패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수정안을 쉽사리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기부터 현금청산 '카드' 확정한 정부, "현금청산 안 꺼냈으면 벌써 가격 급등했다"
현금청산, 토지 강제수용이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에 적용하고 있고 이번 대책보다 강제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주민 동의도 필요 없고 공공이 일방적으로 지구지정을 하며, 원칙적으로 현금청산만 한다. 실거주자에게 우선입주권을 주지만 이는 플러스 알파(+α) 성격의 혜택에 불과하다.
다만 이런 방식의 개발은 대부분 종전엔 도시 밖 신규택지에 주로 적용해 왔다. 서울 도심 복판에 공공이 아닌 민간 소유 땅에 대규모 주택을 짓는 것은 2·4 대책이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땅이 민간 소유이다 보니 정부는 3분의2의 주민 동의를 받도록 했고 비거주자도 1가구 1주택 기준으로 1개의 우선 입주권을 주기로 했다. 토지주엔 기존 방식의 개발 대비 30%포인트의 추가 수익도 보장한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노리고 들어오는 투기세력을 막지 못하면 대책이 실패한다는 점이다. 자칫 이명박 정권 때 서울 전역을 들썩거리게 한 '뉴타운 개발'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책 마련 초기부터 성패는 투기 차단에 달려 있다고 보고 현금청산에 대한 꼼꼼한 법적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책발표일(4일)을 기준으로 현금청산 방침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 "선택권 주거나 단기 매매시 양도세 폭탄 등 대안 거론".."가격급등 못막아" 한계
민간 전문가들은 "꼭 이 방식이어야 했냐"고 비판한다. '쌍팔년도 불도저식' 대책이라 꼬집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강제로 현금청산을 시키기보다 현금청산할 것이냐, 처분 안하고 오래 살거냐 선택권을 주면 시장 반발이 줄고 투기세력 차단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신규 매입자에게 5년 이내 처분시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환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 실수요를 구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기존 정비구역처럼 지구지정일을 입주권 부여 기준일로 둬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가격급등을 막을 확실한 방법은 아니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
2·4 대책 '현금청산'과 관련해 시장 반발이 큰 가운데, 토지주가 다주택자일 경우에도 처한 상황에 따라 입주권을 받거나 못 받을 수 있다. 소유하고 있는 주택 여러채가 사업구역 내에 있느냐, 사업구역 밖에 있느냐에 따라 기준이 다르게 적용돼 일부 다주택자는 졸지에 1주택자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다주택자, 처한 상황에 따라 1주택자 될수도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에 따르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재개발만 해당) 등 공공시행 사업 시 토지주에게 부여되는 우선공급권은 구역 내 1세대 1주택 공급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토지주가 다주택자일 경우다. 소유한 주택의 수와 위치, 분양 신청 시점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토지주가 한 사업구역 내에 주택 여러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일 경우다. 원칙적으로는 1세대 1주택 공급 원칙에 따라 이 토지주는 하나의 우선공급권만 받을 수 있다. 졸지에 다주택자에서 1주택자로 상황이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기존 재개발 원칙을 준용하기로 해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기존 재개발원칙에 따르면 종전자산평가금액이 분양주택 2개의 분양가보다 더 크거나, 주택으로 쓰는 주거전용면적이 분양주택 2개의 전용면적보다 클 경우에는 1+1으로 입주권을 부여한다. 대신 하나는 소형주택(60㎡ 이하)으로 받아야 한다.
다른 경우는 사업구역 내에 주택 한채와 다른 지역에 정비사업 이슈가 없는 주택 여러채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다. 이 토지주는 다른 지역에 있는 주택 여러채를 그대로 소유하고 있어도 우선공급권을 부여 받는데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강남 신축 아파트 여러채와 공공시행 사업구역 내 1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고도 신축 아파트를 하나 더 분양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책발표일 이후 신규매입자는 주택수 여부와 상관없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데 반해, 다주택자는 기존 소유주이기만 하면 우선공급권 부여 받을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사업구역 이외 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을 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현재 사업구역 안에 주택이 한채 있다고 해도 우선공급권이 안나오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동시에 사업구역의 우선공급권을 부여 받은 후 5년 동안은 다른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을 신청할 수 없다. 즉,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있는 물건을 가진 다주택자는 분양 신청 시기가 맞지 않으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현금청산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권리기준일, 계약날짜 조정 꼼수 잡아낸다
여기에 우선공급권 권리기준일인 2월4일도 논란 대상이다. 입주권을 받느냐 현금청산 대상이 되느냐가 하루 차이로 갈려서다. 국토부는 대책발표일인 4일 이후 신규 매입자에게는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계약서상 계약날짜만 4일 이전으로 조정하는 '꼼수'도 나오는 상황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합의만 이뤄지면 날짜 변경이 가능하며 거래 신고가 이뤄졌어도 추후 날짜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계약서상 계약일보다 실제 계약금 지불 시점에 주목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약금 송금 내역 등으로 계약일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계약서상 날짜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개발에서 논란이 일었던 '실거주' 여부는 이번 대책에서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쪽방촌 개발은 기존 토지보상법에 따라 실거주자에게만 입주권을 주는 게 원칙이지만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서는 실거주 여부에 상관없이 소유주라면 우선공급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토지보상 지급 방법에는 현금보상, 대토(代土)보상, 채권보상 등 3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오로지 현금보상만 적용된다. 국토부 측은 "사업시행자가 대토 확보 여건이 되면 그 여건에 따라 대토보상을 선택할 수 있는데 도심에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대토 확보가 불가능해 현금만으로 보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금청산 원칙은 '영원불멸의 법'인가요."
이달 4일 이후 집을 샀는데 해당 지역이 나중에 공공 직접 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 '현금청산'하고 나가야 하는 법의 적용 기간이 논란이다. 역세권·준공업지·저층주거지를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은 무기한 '현금청산' 원칙이기 때문이다.
17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4 대책에서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는 현금청산과 관련, 정부는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는 3년 한시로 적용하는 반면 재건축, 재개발은 한시 규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
국회 입법 일정에 따라 '현금청산' 법이 6월 말 시행된다고 보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2024년 6월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 안에 토지주 등 소유자 10% 동의를 받아 예비지구로 지정되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적용받아 고밀 개발을 할 수 있다. 만약 이달 5일 이 지역에서 집을 샀다면 최장 3년6개월 거주하고도 '우선입주권'은 못 받고 현금청산해야 한다. 2024년 6월 이후부터는 현금청산 규정은 사라진다.
이와 달리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엔 한시규정 없이 현금청산 원칙이 무기한 적용된다. 만약 5일 은마 아파트를 샀는데 10년 후 은마아파트 주민의 3분의2 동의로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을 하기로 했다면 10년간 이 아파트를 사들이 입주민은 모두 현금청산하고 떠나야 한다. 분양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지은 지 10년 된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이 20년간 거주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웠다고 해도,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이라면 이 사람은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손바뀜이 잦은 아파트라면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할 리는 없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탓에 4일 이후 매수자는 '재산권 침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역세권·준주거지·저층빌라는 3년 한시로, 재건축·재개발은 무기한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도심복합 개발은 대상 지역이 사실상 정해져 있고 기존에 사업 진척이 없던 곳에 특별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3년 한시로 운영한다"며 "반면 정비사업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굳이 시한을 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은 현재의 조합 주도 민간 정비사업, 8·4 대책 때 내놓은 공공 정비사업과 더불어 2·4 대책에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나왔다. 조합원이나 주민들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주민 3분의 1 이상이 현금청산에 반대한다면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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