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업제한 통보에.."글로벌 1위 경쟁력 훼손"

심재현 기자 2021. 2.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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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하면서 세계 1위 기술 경쟁력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 구심점 실종에 따른 여파가 당장의 시장 경쟁력뿐 아니라 잠재적인 성장역량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법무부로부터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5년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15일이다. 삼성전자는 법무부 통보 이후 사흘째인 18일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말을 아끼고 있다. 내부적으로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이 부회장이 첫 구속 이후 1년만에 석방되기 전까지 주요 의사결정이 수차례 차질을 빚었던 전례 때문에 경영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4년 전에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했지만 이 부회장이 복귀하기까지 굵직한 경영 현안은 현상유지에 그쳤던 게 사실"이라며 "전문경영인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수십조원 단위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사옥 주변에서 만난 계열사 직원들도 겉으로는 큰 동요가 없는 듯하지만 근심 어린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그룹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의 재수감과 취업제한 조치가 그룹 신인도에 미칠 영향이나 사기 저하에 대한 우려가 역력했다.

한 직원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오늘의 경영 판단 지연이 2~3년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여파로 돌아올텐데 당장 1~2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해서 괜찮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1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른 4주 격리를 마치고 15일부터 일반인 접견을 통해 밀린 경영현안을 살피려던 차에 취업제한 소식을 전해듣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수감 이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막상 통보를 접하자 충격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역시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통보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보호에 유례 없는 조치를 쏟아내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옆집 일이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재계 전체가 사면초가에 놓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삼성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텔이 일부 반도체에 대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외주를 검토 중이고 이 분야의 강자인 대만 TSMC는 올해 미국, 일본을 포함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 통보가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점을 알리는 절차적인 고지일 뿐 무보수 비상근으로 일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의 취업제한 조치가 대표이사 등 새로운 직을 맡는 데 대한 사항이고 이 부회장이 2019년 등기임원에서도 빠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다만 이런 경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시선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례를 계기로 취업제한을 명시한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시행령의 위헌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이 부회장은 본인의 범죄에 따른 취업제한을 명시한 특경법 규정이 아니라 공범이 간부직원으로 있었던 기업체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는 시행령 규정에 의거해 취업제한 대상에 올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이나 취업을 입법부의 법률적 근거가 아니라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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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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