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흘렀지만 트라우마" 그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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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시작은 지난 10일 인터넷 사이트 네이트판에 게시된 한 폭로 글이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폭이 폭로되고 있는 현상을 두고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사용 등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변화한 사회 환경을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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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
시작은 지난 10일 인터넷 사이트 네이트판에 게시된 한 폭로 글이었다. 가해자는 유명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로 밝혀졌다. 이에 용기라도 얻은 듯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찰, 항공사 직원, 태권도장 관장 등 학폭 폭로가 줄을 이었다.
‘학교폭력 미투(Me too)’가 유명인을 넘어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되고 본격화한 것이다. 개인적인 보복과 명예훼손 역공 등이 두려워 차마 꺼낼 수 없던 기억들이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통을 하는 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스포츠계에는 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 선수를 지목하는 글을 시작으로 '학폭 미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두 선수가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등 폭력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두 선수는 여론에 따라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3일 뒤엔 남자배구에서 비슷한 폭로가 나왔다. 송명근·심명섭(OK금융그룹)의 배구부 후배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두 선수에게 급소를 맞고 응급실에 실려가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A씨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 말을 잘 들었던 내가 너무 후회된다”며 “여전히 그 당시의 힘든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배구뿐만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는 이미 키움 안우진이 2018년 학교폭력 문제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NC는 1차 지명했던 김유성의 학폭 문제가 불거지자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자 네이트판, 보배드림 등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익명으로 학창시절 육체적 혹은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네이트판엔 ‘00항공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누리꾼 B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동급생이 자신의 물건을 창밖으로 던지고, 부모를 욕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보배드림엔 ‘학폭 가해자가 경찰을 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5세 남성이라고 밝힌 C씨는 “중학교 3년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반에 있을 수가 없었다”며 “교복에 실내화 자국이 난 줄도 모르고 집에 갔다가 누나와 엄마에게 추궁을 받으면 부끄러운 사춘기 시절이라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폭이 폭로되고 있는 현상을 두고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사용 등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변화한 사회 환경을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사람들이 개인적인 보복이 두려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말을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소통 창구가 생기면서 할 수 있게 됐다”며 “다수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폭로된 유명인이 처벌받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른 논란들과 달리 학교폭력 논란은 현재진행 중인 사건이 아닌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수면 아래 묻혀 있던 피해경험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과 SNS 등이 그냥 넘어갈 뻔했던 문제들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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