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한달] 안팎에서 트럼프 뒤집기..코로나 억제가 최우선 과제
미국의 통합 내세워 치유 주력..친이민·소수자 보호·복지 확대 추진
'美 돌아왔다' 국제사회 역할과 동맹복원 방점..중국·중동·북한 등 과제 산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고립주의 성향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 세계를 시끌벅적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4년 단임으로 멈춰 세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미국의 영혼 회복과 전통적 질서 복원을 기치로 출범했다.
그러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때를 합친 것과 같은 복합 위기 속 취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안팎의 사정은 좋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와 맞물린 경기침체는 1930년대 루스벨트의 대공황과 흡사하고, 미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겪은 미국 내 분열상은 1860년대 링컨의 남북전쟁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바이든 시대 한 달은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 기조와 철저히 결별하고 미국이 새로 나아갈 방향과 청사진을 제시한 기간으로 평가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서명한 50개가 넘는 행정명령, 지시, 각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미국 내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통합'을 호소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래한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는 데 주력했다.
인종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인종 차별 논란을 빚은 트럼프 시대의 '1776 위원회' 폐지 명령을 내렸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는 등 성소수자 보호 정책도 폈다.
저소득층 의료보험 가입 확대 등 '오바마케어' 강화를 목표로 한 복지 정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강력한 반 이민정책을 추진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전용 중단, 일부 무슬림 국가의 입국금지 폐지, 불법 체류 미성년자의 추방 유예 강화 등 조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는 신념에 맞게 친 이민정책으로 선회할 것임을 종종 역설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돌아왔다'는 말로 압축되듯 각종 현안에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며 전통적 동맹의 복원과 강화를 공언했다.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하며 '돌아온 미국'을 알렸다.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 방침을 밝혔고, 러시아와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New Start)도 5년 연장했다.
특히 동맹과 함께하면 미국의 힘이 승수효과를 낸다는 인식 아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전통적 동맹국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며 우호 세력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무장관과 국방장관도 가세해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산적한 현안 중 바이든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억제다. 취임 100일 때까지 마스크 착용 캠페인 등 트럼프 때 볼 수 없던 강력한 방역 지침을 잇따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기준 최근 7일 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1일 만에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내려가는 등 안정적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백신 역시 주간 공급 물량이 1천350만 도스(1회 접종분)로 늘어나며 취임 당시와 비교해 57% 증가했다. 접종 속도도 하루 170만 명 수준으로 올라서며 지금까지 5천만 회 이상의 접종이 이뤄졌다.
전염병 억제를 위한 바이든의 시선은 경기 회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예산안 마련에도 가 있다.
이미 세입자 퇴거 유예와 학자금 대출 이자 유예 등 조처를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1조9천억 달러(2천1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양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공화당은 지난해 4조 달러에 육박하는 코로나19 부양안을 통과시켰는데, 또다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 부채 증가가 우려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6천억 달러 규모의 중재안을 내놨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정도로는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완고한 태도를 보여 오랜 '직업 정치인' 출신인 바이든의 정치력 시험대로 올라와 있다.
다만 지난달 6일 의사당 난동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진행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13일 상원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취임 초기 바이든의 어깨를 짓누르던 탄핵정국이란 짐을 덜어내고 국정의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주도권 회복을 내세우긴 하지만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과 갈등, 경쟁은 바이든 시대에도 더 격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그는 취임 3주가 지난 10일에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뒤늦은 첫 통화를 했다. 당시 이례적으로 2시간이나 진행된 통화는 무역, 인권, 역내 문제를 놓고 충돌한 것으로 알려져 바이든 시대의 미중 관계 예고편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때도 인권은 물론 러시아의 미국을 향한 적대적 행위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기조로 대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트럼프가 탈퇴한 이란 핵합의 복귀를 공언했지만 선결 조치를 둘러싸고 이란과 거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예멘전 종식,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재조정, 이라크 내 미군기지 피격,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미국의 골칫거리였던 중동에서도 하나둘씩 해결해야 할 과제가 터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 과제에 올라 있지만 아직은 이전 행정부의 정책이 상황을 더 악화했다는 인식 아래 정책을 다시 살펴본다는 기조 수준에 머물고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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