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300만 시대]③ 'K타투'가 뜬다..세계 최고 기술에 브래드 피트도 감탄

권선미 2021. 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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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록스타 등 유명인사, 타투 시술받으러 한국 찾아
K타투이스트, 세계 타투 대회 휩쓸어.."독창적이고 섬세한 솜씨에 세계인 매료"
외국선 '아티스트'인데 한국선 '범법자' 신세..K타투이스트들 해외로 떠나기도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촬영 진가영 인턴기자]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세계적으로 손꼽는 타투이스트다. 그는 2019년 여름 미국에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에게 타투 시술을 했다.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 영화 '옥자'에 출연한 릴리 콜린스, 한국계 배우 스티브 연 등이 그에게 시술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고객 중 6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김 지회장은 "서울이 전 세계 타투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 인사가 타투 시술을 받으려고 일부러 한국을 찾는다"고 전했다.

아드리아나 리마는 인스타그램에서 김 지회장을 직접 찾아 연락했고, 크리스 마틴의 측근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마틴의 타투 시술을 예약했다.

김 지회장은 "세계 타투 시장에서 한국 타투이스트의 몸값이 제일 높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타투샵이 미국 뉴욕에 있는 '뱅뱅'이라는 곳인데, 타투이스트 40명 중 14명이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K타투'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타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외국인이 타투 시술을 받고자 한국으로 몰려오는 '타투 투어'가 성행하는가 하면,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팬'들을 위해 외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세계 타투 대회의 상위권은 'K타투이스트'들이 휩쓸고 있다.

한국으로 유럽으로…'K타투이스트' 찾아다니는 외국인들

7년 차 타투이스트 성소민(28) 씨는 '플라워'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꽃을 주로 그리는 타투이스트다. 지금까지 3천여 명에게 타투 시술을 했을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성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2만 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외국인이다.

성소민씨가 작업한 꽃을 소재로 한 타투 [성소민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성 씨는 외국으로 '타투 시술 투어'를 다녔다. 성 씨가 인스타그램에 도착지와 날짜를 올리면 메일과 댓글을 통해 방문국과 주변 국가 시민들의 예약 문의가 쏟아진다.

성 씨는 "예를 들어 독일로 가면 프랑스, 아일랜드, 스웨덴 등 가까운 나라에 사는 분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시술받는다"며 "한국에서 작업할 때는 싱가포르, 중국, 홍콩,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찾아와 고객의 70%가 외국인이었다"고 밝혔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성 씨처럼 종종 타투 시술 투어를 떠난다. 성 씨는 "한국 타투이스트 특유의 정제되고 섬세한 정서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외국인들이 K타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정다혜(26) 씨도 외국인에게 사랑받는 타투이스트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고객의 30%가량이 외국인이었다. 외국으로 타투 시술 투어를 다녔고, 그의 시술을 받기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정 씨는 "시술 면적이 넓거나 부위가 다양해 한 번에 작업이 어려우면 외국인 고객이 한국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여러 번 예약을 잡고 시술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에서 타투 시술을 하면서 K타투의 위상을 체감했다고 한다.

정 씨는 "아무래도 국내에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들이 많아 K타투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실감 나지 않았는데, 외국에 나가보니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다혜씨가 작업한 추상적인 디자인의 타투 [정다혜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타투 발전에는 타투 학원의 체계적 교육 한몫"

K타투가 큰 인기를 끌면서 타투이스트는 주목받는 직업으로 떠올랐다. 김도윤 지회장은 "특히 미대생들이 타투이스트의 길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타투이스트 성소민 씨는 김 지회장이 키운 제자다. 성 씨는 "대학 때부터 함께 그림을 그리던 단짝 친구가 타투를 배우기 시작해 관심을 가졌다"며 "내 작품을 누군가의 몸에 새긴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K타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비결에 대해 많은 타투이스트는 '타투 학원'의 체계적인 교육을 꼽았다.

타투 학원에서 교육 받고 있는 수강생들 [신정섭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타투 학원을 운영하는 신정섭 국제타투아티스트협회 회장은 "외국에서는 타투샵에 취업해 어깨너머로 배우는 식이라 기술을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은 타투 학원이 있어 노하우를 단시간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한국인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온 많은 외국인이 타투를 배우고 있다.

그는 "이들이 온 나라에서는 타투를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외국에서 타투 경력을 3∼4년 쌓은 사람보다 국내 타투 학원에서 3∼4개월 배운 사람의 실력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은 현지 개업 때 한국에서 받은 학원 수료장을 타투샵에 걸고 싶어한다고 한다.

통상 타투 학원에는 1개월부터 3개월까지 교육 과정이 있다. 1개월 차에는 피부와 바늘에 대한 이해 등 타투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 지식을 쌓는다. 2개월 차에는 인물, 동물 등을 소재로 한 드로잉과 함께 고무판에 타투 실습을 한다. 3개월 차에는 타투 모델에게 직접 실습하는 과정을 거친 후 수료한다.

타투 경력 12년의 신정화(53) 타투이스트가 운영하는 학원에는 의사, 연예인, 미대생, 교사, 음악인, 만화가 등 다양한 직업의 수강생들이 있다.

신 씨는 "한국에서는 타투 기술이 체계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외국보다 타투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타투 학원에서 교육 받고 있는 수강생들 [신정섭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타투이스트, 세계 대회 휩쓸어…'불법' 낙인에 한국 떠나기도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뛰어난 실력은 세계적인 타투 대회에서 성적으로 입증된다.

실력파 타투이스트로 유명한 성춘규 씨는 2019년 미국 '골든 스테이트 타투 엑스포'에서 아시안 및 라지 컬러 부문 1위, 트레디셔널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 열린 각종 국제 대회에서도 수상했다.

일본식 타투 '이레즈미' 분야에서 세계적인 타투이스트로 인정받는 이의구 씨는 '런던 인터내셔널 타투 컨벤션', '홍콩 인터내셔널 타투 컨벤션' 등 여러 국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8년 중국 '랑팡 타투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타투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지닌 이재랑 한국미용대 명예교수는 "해외 타투 컨벤션에 제 수상작이 전시됐을 때 사람들이 '도대체 이런 건 어떤 기술로 그릴 수 있는 거냐'며 신기해했다"고 전했다.

국제대회 심사위원들은 이 명예교수의 작품을 어떤 분야로 분류해야 할지 몰라 '크리에이티비티'(창조성)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 타투이스트들은 디자인, 기술, 소재 등을 기존의 방식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며 "섬세한 작품에 특화된 한국 타투만의 독창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랑팡 타투 인터내셔널 컨벤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재랑 씨 [이재랑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정섭 회장은 "굵직한 세계 타투 대회의 상위권은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는 뛰어난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범법자 취급을 받아 숨어서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이 좋은 타투이스트들이 해외로 떠나기도 한다. 이 명예교수는 "해외에서는 타투이스트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사람들의 인정도 받을 수 있기에 한국인 타투이스트들이 아예 외국인과 결혼해 정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유명 타투샵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를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정화 타투이스트는 "외국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를 섭외하려고 2억∼3억 원의 연봉을 부르기도 한다"며 "한국에서 더 많이 벌 수 있어도 안전하고 편하게 일하고 싶어 외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외국에서는 K타투에 관심이 큰데, 정작 한국에서는 타투에 의료법을 적용한다고 하면 많은 외국인이 놀란다"며 "외국에 좋은 인재를 뺏긴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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