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코로나 1년 ⑥] 감염병 전쟁 '8760시간' 혼돈의 기록

엄기찬 기자 2021. 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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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20일 첫 감염 사례..1655명 확진·58명 사망
1~2차 성공적 방역..하루 108명 확진 '3차 대유행 강력'

[편집자주]20일이면 충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꼭 1년이 된다. 코로나19에 뒤덮인 지난 1년 충북도민은 어두운 긴 터널을 헤쳐 나왔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편함, 경제적 고통 등을 수반한 코로나19는 도민들의 삶의 질 저하와 생활양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뉴스1은 충북 코로나19 발생 1년을 되돌아보며 실태와 문제점, 나아가야 할 길을 8회에 걸쳐 진단한다.

통계로 보는 코로나19 충북 1년. 2021년 2월9일 기준.(충북도 제공).2021.2.18/© 뉴스1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중국 후베이성에서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 그리고 충북을 감염병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혼돈의 시간 그 자체였다.

2019년 12월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서 39일이 지난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도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대한민국의 중앙인 충북 역시 코로나19의 소용돌이를 비껴갈 수 없었다. 국내 첫 발생 뒤 딱 31일 후인 2020년 2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오며 혼돈의 시간이 시작됐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충북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021년 2월17일 기준으로 1655명이다. 감염병을 이겨내지 못해 세상을 떠난 이도 58명이다. 여전히 사투 중인 이들도 많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와 함께한 충북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혼돈과 혼란의 나날이었던 365일 8760시간의 기록과 기억을 정리했다.

◇첫 확진자 그리고 1차 대유행

지난해 2월21일 오전 충북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증평군의 한 육군 부대에서 부대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2020.2.21/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충북의 첫 확진자는 증평의 한 군부대 소속 장교인 30대 남성(충북 1번)이다. 그는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인 여자친구를 만난 뒤 감염이 확인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업적 특성상 지역 내 접촉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첫 확진자 발생 소식에 충북 전역은 들썩였다. 감염병 공포도 삽시간에 퍼졌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청주 30대 택시기사(충북 2번) 감염, 신천지 관련과 감염원 불명 감염을 비롯해 하루 이틀 또는 사나흘 간격으로 드문드문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첫 감염 사례나 이후의 감염이 지역사회 연쇄 전파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연쇄 감염이자 도내 첫 집단감염 사례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시골 외딴 마을인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서 2020년 3월4일 80대 노인(충북 12번)의 확진을 시작으로 가족과 주민으로 감염이 번져 이곳 마을에서만 일주일새 11명이 확진됐다.

충북의 첫 집단감염 사례로 기록됐으나 지금껏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비롯해 외딴 시골 마을까지 어떻게 코로나19가 유입됐는지 뚜렷하게 확인된 게 없다.

오가리 마을 집단감염 뒤 음성 일가족 4명(2020년 3월13~14일) 감염, 계속되는 신천지 감염, 타시도 접촉자 감염, 해외입국자 감염 등 4월까지 모두 4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5월 들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불똥이 충북까지 튀면서 일주일(2020년 5월8~14일) 사이 20~30대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집회를 중심으로 한 2차 대유행 직전인 8월 초 충북은 다른 곳보다 먼저 2차 대유행에 직면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청주의 한 공원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이 이틀(2020년 8월3~4일)간 6명이나 감염된 것이다.

게다가 행사 참석자만 30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고 마스크 착용을 비롯해 방역수칙 또한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의 대규모 확산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더는 나오지 않으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방역당국이 큰 걱정을 덜긴 했으나 행사 개최 여부 파악 등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청주시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광화문 집회 그리고 2차 대유행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20.8.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충북은 3월 오가리 마을, 8월 이슬람 종교행사 말고는 비교적 코로나19 방역을 잘 이어오고 있었다. 2차 대유행 전까지 확진자가 80명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광화문에서 2차례 열린 광복절 집회 참석자,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사랑제일교회 예배 참석자 등이 지역사회 감염 전파의 불을 지폈다.

집회 참석자가 가족에게는 물론 자신의 다니는 교회와 일터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n차 감염이 폭발하면서 확진자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고리로 한 감염이 연일 쏟아지는데도 많은 참석자가 참가 사실을 부인하며 진단 검사까지 거부해 방역당국이 애를 먹었다.

심지어 자신은 물론 가족이 확진되고 가족이 있는 노인보호시설에서 집단감염까지 발생했는데도 집회 참석 사실을 부인하다 들통난 70대 여성은 고발까지 됐다.

2차 대유행 때 충북에서는 광화문 집회 관련 감염 말고도 소규모 집단감염을 중심으로 한 연쇄 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을 이었다.

청주 법률사무소, 나래주간보호센터, 진천 보험회사, 진천 화학원료 생산업체, 음성 벧엘기도원 관련 감염이 대표적으로 2~4차 감염까지 진행되며 확산세가 거셌다.

다른 시도의 집단감염 여파가 충북에도 미치면서 연일 관련 확진자가 쏟아졌다. 대구 동충하초사업, 천안 사업설명회, 부산 건강식품설명회 집단감염 파장을 들 수 있다.

대규모 감염의 중심축인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의 코로나19가 지역을 넘나들며 충북으로 파고들어 지역 곳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급기야 타시도 유입 감염이 매섭게 확산하자 충북도는 다른 지역 방문도, 외지인 초청도 자제해 달라고 연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천 김장모임 그리고 3차 대유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안내문. 2020.1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충북의 3차 대유행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내 첫 감염 발생 이후에도 무려 10개월간 확진자가 4명에 그치며 '코로나19 청정 지역'으로 불렸던 제천에서 폭발했다.

2020년 11월13~14일 인천 미추홀구 가족 2명과 김장을 함께한 제천의 일가친척 8명이 열흘 뒤부터 연이어 확진되면서 지역사회로 광범위한 전파가 시작됐다.

이 김장모임 전까지는 확진자 4명(해외 입국 2명, 외지인 1명, 타지역 접촉 1명)으로 지역 내 감염이 전무했던 제천에서는 이후 3개월 사이 26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제천 김장모임을 기점으로 충북의 3차 대유행은 시작됐고 이후 거의 매일 수십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코로나19는 시군과 시도를 넘나들며 매섭게 퍼져갔다.

특히 제천 김장모임과 교회모임, 청주 당구장 모임 등 방역당국의 경고를 무시했던 소규모 모임을 고리로 한 연쇄 감염까지 꼬리를 물면서 확산세를 더했다.

곳곳으로 번진 감염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비롯한 감염병취약시설까지 파고들어 괴산과 음성, 진천에서는 협력병원 관계인 병원 4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입소자와 종사자만 1000명이 넘는 청주 참사랑요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도내에서는 하루에 30~60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이 이어져 2020년 12월18일에는 하루 최다인 103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며 충북의 코로나19 3차 대유행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루 103명의 확진자 발생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1차 대유행 이후 비수도권 최다 기록일 만큼 충북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강력했다.

도내 4곳인 코로나19 전담치료병원의 격리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였다. 격리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입원까지 하루 이틀 길게는 사흘까지 대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확산세가 진정됐으나 BTJ열방센터를 고리로 한 감염, 대규모 사업장 등에서 집단감염이 다시 발생해 진정 국면이던 3차 대유행의 불씨가 살아나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2월 들어 하루에 적게는 1명 많게는 10명 안팎으로 확진자 발생이 확연히 줄었다. 지난 7일에는 무려 77일 만에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동이 많았던 설 연휴 이후 가족모임 관련 확진이 이어지고 기존 감염 진원지의 여진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정애 충북도 보건복지국장은 "곧 백신 접종이 시작돼 코로나19 종식의 기대감이 있지만, 집단면역 형성에 걸리는 시간, 변이바이러스로 전파력이 높아진 상황을 생각하면 올해도 지난한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방심을 먹고 자란다"며 "나와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가장 빠르고 강하게 전파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sedam_081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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