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車·항공업계 실적양극화 가속..산업재편 빨라지나
대형사는 미래 준비 박차, 중견·중소는 생존에 급급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계와 항공업계의 실적양극화 현상이 동시에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는 미래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영향력을 더욱 넓힌 반면,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파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항공업계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화물운송으로 활로를 찾았지만, LCC들은 사상 최악의 수천억대 적자를 기록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에서 78만7854대를 판매해 2002년(79만대) 이후 18년 만에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매출 '100조원 클럽'에 들었다. 영업이익면에서도 지표상 수치는 줄었지만, 품질충당금 2조13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성은 개선됐다.
기아도 지난해 전년동기 대비 1.8% 증가한 59조1681억원 매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품질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완성차 중견 3사는 생산량 감소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며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내수시장 호조 분위기에도 중견 3사의 판매량은 26만6781대로 전체 판매의 16.6%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전년(27만1119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오히려 1.6% 줄었고, 점유율은 전년 17.7%에서 1.1%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기아는 제네시스, 그랜저. 쏘렌토 등이 신차효과를 발휘하며 판매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을 다시 신차 출시 및 상품성 개선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지만, 중견 3사는 신차를 내놓더라도 경쟁에 밀려 반짝 인기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 성장성은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5와 CV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차세대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출시해 전기차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지만, 중견 3사는 신차 계획은 없고 유동성 위기 해소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르노삼성은 임원 축소 및 임금삭감,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 등을 시행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부분 파업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노사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하고 신차 출시와 차세대 CUV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라는 복병을 만나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행은 물론이고 중소 협력업체까지 이어지는 연쇄 줄도산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협력사의 부품 납품거부로 공장가동도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산업구조가 빠르게 전환하는 격변기를 맞아 승자와 패자가 명확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변화가 빠르고 위기가 클수록 시장포트폴리오 및 원가경쟁력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유연성 및 위기대응력 면에서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높은 업체는 정부 협력을 요청하면서 미래 사업 투자를 확대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약한 업체는 재무 안정성이 악화돼 생존에 급급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항공업계도 대형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및 국내선 여객수요가 급격히 꺾인 가운데 대한항공 등 FSC는 화물운송 사업을 확대하며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LCC들은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LCC들도 FSC처럼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운송 사업을 강화하고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 등을 내놓고 있지만, 수익성 제고에 별다른 도움을 못받고 있다. 대부분 단거리 여객 수송에 적합한 중소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백신수송 사업 등 '미래 먹거리'도 항공사 규모에 따라 양극화하는 양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이뤄질 국내 백신 수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지만, LCC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에 항공산업 재편에 대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LCC 재편을 공식화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 3개 LCC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최소 2~3년 이상이 걸리는 통합 때까지 버팉 수 있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자동차와 항공업계에서도 1등 기업 쏠림 현상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하거나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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