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큰 그림, 160조 '쇼핑' 아닌 520조 '온라인' 시장 노린다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쿠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지만 2019년 4700억달러(517조원), 2024년 5340억달러(590조원)로 성장이 예상되는 한국 시장에서 '소매·식료품·식품 서비스·여행' 부분은 작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상장신고서를 통해 밝힌 청사진이다. 2013년 매출 478억원에서 2020년 13조2500억원으로 275배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성장 여력이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이같은 자신감은 얼핏보면 '장밋빛 전망'처럼 들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그 중심에는 '한국판 아마존' 전략이 숨어 있다. 온라인 쇼핑이 아닌 아마존처럼 한국의 온라인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7년 간 275배 성장에도 "성장 초기단계"
18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Δ기술 및 인프라 Δ효과적인 가맹점 솔루션 통합 네트워크 구축 Δ새로운 고객제안 등을 중심으로 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혁신은 가맹점이 비즈니스를 개선하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고객에게 편의성 및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쿠팡이 단순 물건을 사고 파는 온라인쇼핑 업체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거래를 하는 전체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규모는 작년 120조, 올해 160조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전체 시장은 5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 플레이'를 시작했고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라이브커머스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선보인 데 이어 택배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쿠팡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욕심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 놓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때문이다. 누적적자가 3조원이 넘는 쿠팡이 과연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의 이유였다.
하지만 뉴욕증시 상장으로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처음부터 내세운 모델은 한국판 아마존이었다"며 "그동안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가 따라 붙었지만 상장에 성공한다면 다시 보게 될 것"이리고 평가했다.
쿠팡의 막대한 회원수 역시 경쟁력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3개월간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수는 1485만명에 달한다. 2018년 916만여명, 2019년 1179만여명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충성고객의 척도로 여겨지는 유료회원수 비중도 높다. 한 달에 2900원을 내면 다양한 상품을 당일 또는 새벽 배송을 받아 볼 수 있는 유료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 가입자는 470만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32%에 달한다.
유료회원이 늘자 1인당 구매금액도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쿠팡 고객 분기당 평균 구매금액은 256달러(28만2718원)로 2018년(127달러)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로켓와우가 1년만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 인(Lock in)' 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서비스 초반임을 감안할 때 유료회원수가 늘어날 수록 쿠팡의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이용객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추진
쿠팡은 이같은 구매고객수와 유료회원수를 바탕으로 OTT, 라이브커머스 등 다른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카카오가 무료채팅서비스 '카카오톡'으로 사용자를 확보한 뒤 쇼핑, 은행, 선물하기, 캐릭터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네이버도 압도적인 이용자수를 바탕으로 온라인쇼핑 시장 영역을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역시 미국에서 '당일 배송'을 내세워 수억명의 회원수를 들을 확보한 뒤 음식 배달과 OTT 아마존 프라임 등 추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향후 쿠팡 역시 회원 중심의 연계 서비스를 꾸준히 늘리면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계 서비스들이 시너지를 낼 경우 쿠팡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e커머스 업체들을 뛰어 넘는 압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회원수와 함께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구축한 물류 능력도 또 하나의 강점이다. 쿠팡은 상장신고서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물류회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10여곳의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를 확보했으며, 추가로 대구·대전·광주 등 광역시 7곳에 물류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총 30개 도시에 150개 이상 물류센터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연면적은 2500만 평방피트(약 70만3800여평)로, 축구장 400개 규모다. 국민의 70%가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1㎞(7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지지 못한 쿠팡만의 강점이다. 네이버가 물류 경쟁력을 펼치기 위해 CJ대한통윤과 협업을 펼치고 있지만 '로켓배송'을 필두로 한 쿠팡에게는 역부족이다.
화물차 운송사업자(택배업)을 재개한 쿠팡은 자사 물량 외에도 타사 상품도 배송할 수 있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업종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국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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