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옥중경영'은 취업금지 위반일까?

경제개혁연대 "옥중 경영은 취업제한 금지 위반"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중근 부영 회장은 형 확정 직후 "경영 중단"
재계 관계자 "취업금지는 옥중에서는 적용 안 되는 것 아닌가?"

■이재용 '옥중경영'에 쏠린 관심

삼성이 美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더 짓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16일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지만 일반 접견이 가능해진 만큼 조만간 투자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는 재계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이 말 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옥중 경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통보를 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측 설명은 "옥중경영을 할지 여부는 모른다"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은 과연 법적으로 허용되는 일일까요?

■형 확정 후 경영에서 손 뗐다는 부영과 한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부영그룹 측은 "이중근 회장은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뒤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보수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유죄 판결 뒤

2014년 2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비슷한 선택을 했습니다. 집행유예 받은 즉시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것이 한화 측 설명입니다. 집행유예 기간 5년은 물론 이후 법에 규정된 2년까지, 모두 7년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회장'이라는 직함은 유지했습니다. 보수를 받지 않고 등기이사도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취업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장이라는 직함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가능하지만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것이 양 그룹의 입장입니다.

■옥중 경영, 법적으로 가능한가?

옥중경영을 옹호하는 재계 관계자는 " 취업제한은 형 집행 이후 기간에만 해당된다"거나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도 아니고 보수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취업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또, "취업 금지는 앞으로의 취업을 금지하는 것이지 현재 가진 부회장 직함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형 집행 이후에 취업제한이 된다는 규정은 형 집행 중에는 당연히 못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취업제한의 의미는 등기이사가 되지 말라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의 지시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취업금지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보라고 강조합니다 . 형 집행이 끝난 뒤까지 취업 제한을 한다면, 수감생활 동안에도 취업이 제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김우찬 교수는 "이 제도의 기본적인 목적은 범죄자가 영향력을 행사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존 임원이었기 때문에 계속할 수는 있다거나 보수를 안 받으니 괜찮다는 것은 생각해볼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공식입장 없다"는 삼성의 명확한 설명 필요

삼성전자는 옥중경영을 하는지 여부나 옥중경영이 적법한지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만큼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고 준수하고 있는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법은 취업제한의 예외로 법무부의 승인에 따른 취업의 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법무부에 취업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양식품 김정수 대표는 횡령 유죄판결 이후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지만, 법무부에 취업 승인 신청을 해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