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에 위로받는 피해자들.."심리적 회복효과"

오주현 2021. 2. 18.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그 애의 악행을 알리고, 동시에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보려고 합니다."

학창 시절 왕따 경험이 있는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계정을 만들고 어린 시절 경험한 학교폭력(학폭)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기로 결심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가해자로부터 직접 사과받을 수 없는 처지의 피해자들도 학폭 미투에 동참하고 공감하며 '내 가해자도 언젠가 처벌받을 것'이라는 보상심리를 얻게 됐다"고 풀이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갑질 등 사회 폭력에도 경각심 높여..'증명 어려움'은 한계"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지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그 애의 악행을 알리고, 동시에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보려고 합니다."

학창 시절 왕따 경험이 있는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계정을 만들고 어린 시절 경험한 학교폭력(학폭)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기로 결심했다. 최근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폭 전력이 알려지며 중징계를 받은 사건 등이 결심 계기가 됐다.

A씨는 "학창 시절엔 '그럴 만해서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는 가해자의 말에 세뇌됐지만, 성인이 된 지금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사회 전반적 계도 효과…만연한 폭력에 경각심 일으킬 것"

전문가들은 최근 유명인 학폭 폭로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벌을 받는 일련의 과정들이 대중들에 공개되면서 일반인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18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노출하는 것은 재외상화(retraumatization)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상처를 노출한 이들이 가해자가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심리적 회복이 크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반인 피해자들도 이를 충분히 관찰하고 학습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공정함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가해자로부터 직접 사과받을 수 없는 처지의 피해자들도 학폭 미투에 동참하고 공감하며 '내 가해자도 언젠가 처벌받을 것'이라는 보상심리를 얻게 됐다"고 풀이했다.

이번 학폭 미투 파문이 사회에 만연한 폭력에 경각심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곽 교수는 "학교폭력 외에도 직장 내 폭력, 갑질 등 우리 사회에 여전한 폭력 문화가 있다"며 "학폭 미투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큰 경각심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학교폭력 상담 [연합뉴스TV 제공]

'증명 어려움'은 한계…학폭 초기대처 중요성 재강조 계기

다만 오래전 학창 시절 일에 대한 폭로에는 증명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한계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 십수년 전 피해를 고발하다 보니 증명 절차가 생략되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 발굴이 가능한 사회가 됐음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언론을 통해 피해 사실이 확대 재생산되기만 하고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폭을 일으킨 전반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관행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폭로가 나오는 데는 학교폭력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명호 교수는 "초기에 전문가 치료를 받지 않고 6개월 이상 지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만성화된다"며 "학폭을 경험한 뒤 제때 치료받지 못한 이들이 10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 잘못이 아니구나'를 인식하며 폭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학교폭력 피해자 상담 시간을 늘리고, 가해자에 대해 선도위원회를 즉시 발동하는 등 학교 차원의 초기 대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iva5@yna.co.kr

☞ 정총리 "내가 이재명 픽업…내 안목 얼마나 빛나냐"
☞ 허경환 회사서 27억 빼돌린 동업자…징역 3년6개월
☞ 엘리베이터서 성기 노출 배달기사 덜미 "실수로…"
☞ 할머니가 기증한 자궁서 1.8㎏ 여아 태어나
☞ 장혜영, 美 타임지 '넥스트 100인' 선정…한국인 유일
☞ 부친상 부고로 부의금 챙긴 공무원…알고 보니 숙부상
☞ '조카 물고문' 이모 부부 "잘못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 가정집 숨어든 곰 가족 가스 누출로 발각…곰 모자는 생이별
☞ '병역기피' 석현준 아버지 "유승준 될 마음 없어"
☞ 작은 섬 주민 200명 전원이 절도 용의자된 사연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