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위안부 논문’에… 美 한인단체, 사임 요구
하버드大 총장 “불쾌감 주더라도 대학내 학문의 자유는 보장돼야”
미국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67) 로스쿨 교수가 ‘전시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 동원된 성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학계와 미 한인단체 등의 비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 한인단체는 1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램지어의 교수직 사임을 요구했다.
국제 학술지 ‘국제 법·경제 리뷰’는 3월호에 램지어 교수가 쓴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란 논문을 게재하기 앞서 최근 초록을 온라인에 올렸다. 핵심 내용은 ‘일본 정부가 조선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한 게 아니라, 매춘 모집업자와 예비 매춘부들이 적은 노동으로 돈을 벌려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유로운 계약을 맺고 일본 고객을 상대로 장사했다’는 것이다. 그는 논문에서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요소를 배제하고,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여성 간 경제학적 ‘게임 이론’으로만 설명했다. 일본 여성의 계약 조건을 근거로 들어 식민지의 조선 여성도 고액의 선불금을 받고, 수익을 올리면 계약 만료 전 떠날 수 있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는 일본군이 위안소 설치·운영에 관여했고,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와도 배치된다.
램지어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일본법과 기업법을 강의하는 교수다. 18세까지 일본에서 자라 일본어에 능통하며, 미국 대학에서 일본사를 전공했다. 하버드대에서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교수(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미)’이며,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오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월 일본 매체 기고에서도 “위안부가 성노예였다는 것은 순전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2019년엔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광범위한 범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며, 일본 자경단이 죽인 조선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미 학계에선 램지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네티컷대의 저명한 한국·일본사 교수인 알렉시스 더든은 최근 “램지어의 논문은 30여년의 세계 위안부 연구 성과를 무시한, 흑인 노예사나 홀로코스트 부인에 준하는 학문적 사기”라고 했다.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도 “(램지어의 주장은) 실증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했다.
매사추세츠주한인회와 뉴욕한인학부모협회, 아시아계미국인청년협의회 등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램지어의 논문은 시민 교육이라는 하버드대의 임무를 위반했다”며 그의 교수직 사임을 요구했다. 가장 먼저 램지어 문제를 공론화한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학생회는 지난 4일 “인권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 규탄한다”며 논문 철회를 요구했고, 미 전역의 법대 한인학생회 800여명도 동참했다. 한국계 영 김 연방하원의원도 지난 11일 “이 논문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며,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고 했다.
반면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공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로런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램지어 논문을 철회하라는 한국 사이버사절단 반크의 요청에 16일 “사회에 불쾌감을 주는 경우에도 대학 내 학문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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