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통합? 늘 공허한 약속만.. 냉소만 남은 '리비아 혁명' 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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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은 리비아의 혁명기념일이다.
실제 이달 초부터 리비아 내 여러 세력을 대표하는 '리비아정치적대화포럼'(LPDF)이 유엔 제네바 사무소가 자리한 스위스 모처에서 과도 정부 지도부 인선 작업을 벌였고, 닷새 만에 임시 총리와 3인 체제 국가자문위원회 의장 등을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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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일어나는 건 전쟁뿐".. 회의감만 팽배
내전 개입한 외세가 만신창이 민생 경제 초래
17일은 리비아의 혁명기념일이다. 수도 트리폴리 곳곳의 건물과 가로등이 붉은색ㆍ흰색ㆍ녹색 깃발과 장식등으로 꾸며졌다. 그런데 혁명 10주년인 올해는 각별히 축하할 일이 생긴 듯하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10년간 지속된 내전과 불안정을 종식할 과도 정부가 수립됐고, 더불어 분열된 나라를 다시 하나로 붙여 평화를 회복하고 연말까지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도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실제 이달 초부터 리비아 내 여러 세력을 대표하는 ‘리비아정치적대화포럼’(LPDF)이 유엔 제네바 사무소가 자리한 스위스 모처에서 과도 정부 지도부 인선 작업을 벌였고, 닷새 만에 임시 총리와 3인 체제 국가자문위원회 의장 등을 선출했다. 유엔 리비아지원단(UNSMIL)에 따르면 과도 정부는 12월 24일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리비아를 임시로 이끌게 된다.
하지만 NYT가 전한 트리폴리 분위기는 축제와 거리가 멀다. 은행 밖에는 월급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6시간을 기다려야 현금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유동성 위기 탓이다. 주유소에 간다고 늘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트리폴리 밖에는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약이 떨어진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만으로도 버겁고, 생필품 물가는 천정부지다.
시민들 반응도 시큰둥하다. 내전 피해를 입은 집을 고치려 카페에서 하루 14시간씩 일한다는 알 감무디(31)는 NYT에 “선거 이야기는 8년 동안 들어 신물이 난다”며 “모든 정부가 2년 안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일어나는 건 전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냉소의 뿌리는 경험이다. 신문은 “협상ㆍ교착ㆍ내전 악순환에 변화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들었고 리비아인에게는 결국 비참만 남았다”고 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민생 경제는 무엇보다 내전에 개입한 외세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42년간 철권통치를 지속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 무장 세력 난립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던 리비아는 이후 리비아통합정부(GNA)가 통치하는 서부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장악한 동부로 양분되며 내전이 국제전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 현재 GNA는 터키가, LNA는 러시아가 최고의 뒷배다. NYT는 “외세와 용병이 리비아 전역에 들어와 있는 동안 리비아인들은 궁핍해졌다”고 했고, 스테파니 윌리엄스 전 미 리비아 특사는 15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이제 외부 요인들이 리비아를 떠나야 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리비아인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윌리엄스 전 특사는 WP에 “전 정권 지지자들을 배제하고 카다피 시대 관리들이 새 정부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리비아인들의 결정이 갈등을 야기했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독점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병대가 활개치게 만든 것도 패착이었다”며 “스스로 독배(deadly cocktail)를 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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