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정인이 병원에 데려갔다면.." 눈물 흘린 증인들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의 두 번째 재판이 열린 17일 법원 안팎이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 법원 앞에 모인 시위대는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고, 법원에 증인으로 나선 이들은 정인이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눈물을 훔쳤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와 담임교사 B씨, 정인이의 입양과 사후관리를 담당했던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C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들의 재판은 오전 10시, 오후 2시, 4시 등 각기 다른 시간에 열렸지만 모두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일부는 증언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열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정인이가 숨지기 전날인 지난 10월 12일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을 방문했지만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후회를 토로했다.
A씨는 정인이의 마지막 날에 대해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제가 그날 침묵하는 바람에"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B씨도 "양부모 말을 다 무시하고 한 번 더 병원에 데려갈 걸 하루 종일 수십번 고민했다"면서 "정인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자고 있을 때도 불안했는데, 병원에 그냥 데려갔으면 했는데..."라고 오열했다.
C씨 역시 장씨가 정인이를 일주일 넘게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당초 장씨는 C씨에게 정인이가 일주일 넘게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며 화가 난다는 취지의 전화를 했는데, 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C씨는 "보통은 아이가 한끼만 먹지 못해도 부모는 병원을 데리고 가는데 엄마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담당자 입장에서 매우 속상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장씨가 정인이의 상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답했다. 정인이 몸에 또래에 비해 멍이 많이 있었지만 장씨가 그때마다 '모르겠다,' '마사지하다가 다쳤다,' '몽고반점'이라고 답했다는 지적이다.
장씨가 정인이 관련 학대 신고를 받은 것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줄곧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장씨 등은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라는 권유를 꺼려하고 A씨와 B씨에 말 없이 데려갔다며 항의했다.
이날 남부지법 앞에서도 울음바다가 이어졌다. 오전 9시30분쯤 양모 장씨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버스가 법원 안으로 들어가면서다.
법원 앞에 모인 시민 40여명들은 "사형! 구속!"을 외쳤다. 감정에 복받친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호송버스가 안으로 들어간 후엔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이 편에 등장한 노래다.
시위 참석자들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살인 공범 양부 즉시 구속하라!,' '살인죄 사형!'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검정색 근조리본도 몸에 부착했다.
법원 정문 양 옆으로는 정인 양을 추모하는 근조 화환 100여개가 늘어서 있었다. 화환엔 "너무 늦었지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더 일찍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등의 문구가 적혔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장씨를 태운 호송차를 막기도 했다.
양부모를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도 시위에 참여했다. 임 회장은 "의사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 사건은 너무 명백한 사안"이라며 "사실을 변명으로 둘러댄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시위에 나온 모든 시민들이 정인이의 아빠이고 엄마"라며 "사형 판결이 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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