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주주제안 포기..출구전략 고심하나
3자 연합 와해·각자도생 관측 속 조원태 견제 지속 전망도 제기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KCGI(강성부펀드) 등 3자 주주연합이 올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포기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지하지 못한 뒤 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의 동력을 상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이 와해돼 투자금 회수(엑시트) 등 각자도생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3자 연합이 당분간 산업은행과 함께 조 회장을 견제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등 엑시트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은 한진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주총을 앞두고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 등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정관 변경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던 3자 연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말 3자 연합이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으려던 3자 연합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제 3자 연합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나왔다.
KCGI는 조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한진칼의 전문경영진 체제 도입 등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한진칼 3대 주주에 오른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경영 투명성·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하면서 조 회장을 상대로 한 3자 연합의 경영권 다툼 명분이 희석됐다.
주주제안을 하더라도 표대결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해 10.66%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1.7%로 줄었다. 조 회장 측(37.7%)과 산업은행의 지분을 합치면 약 48%로, 3자 연합을 압도하게 된다.
KCGI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난해 3자 연합이 주주제안 한 것을 그대로 했기 때문에 3자 연합은 주주제안을 안 했다"며 "이미 한진칼은 반쯤 전문경영인체제라고 생각한다. 채권자이자 주주인 산업은행이 들어온 이상 예전처럼 독단적 또는 위험한 경영을 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3자 연합이 밀리면서 경영권 분쟁은 종료됐다는 분석들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이번에 3자 연합이 주주제안까지 포기함으로써, 조만간 3자 연합은 와해돼 적절한 시점에 엑시트를 하는 등 각자도생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한진칼은 산업은행의 지분 참여로 인해 경영권이 안정됐다. 3자 연합 측에서는 조 회장 견제 등을 위한 주주제안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3자 연합은 퇴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즉, 엑시트 시점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최필규 KCGI 홍보수석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대외 홍보 강화를 위해 영입됐다. 기자 출신인 최 수석이 KCGI를 떠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여론전에 힘을 쏟을 일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12월22일 강성부 KCGI 대표가 "당장 엑시트 걱정은 안 한다"고 선을 그은 만큼 3자 연합이 당분간 산업은행에 보조를 맞추면서 조 회장 견제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엑시트 시점은 지금보다 기업 가치가 높아질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KCGI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재무구조, 경쟁환경, 물동량, 미래성장에 대한 꿈 등 전반적인 항공업 경영환경이 코로나19 전과 후 180도 바뀌고 있다"면서 항공우주, 드론택시 등 UAM(도심항공교통), 스타링크(위성인터넷서비스), 기내인터넷 등 신사업을 회사 측에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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