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교한 지원"..기재부, 국세청 과세정보로 재난지원금 대상 선별 검토
지급대상자 넓어진 4차 지원금에 ‘선별 지원’ 기준 적용
국세청 ‘과세 정보’ 사용해 지원금 지급 대상 특정 추진
기재부 "선별방식 아직 미정…다양한 방안 검토할 것"
전문가 "국세환급금 형식으로 국세청 통해 지원할 수도"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 중인 기획재정부가 국세청 과세정보를 활용해 지원대상을 선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활용할 수 있는 과세 정보를 확정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국세청 과세 정보를 활용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 피해를 파악해 선별 지원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지급된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 지급 방식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원 수준으로 지급됐다. 2차~3차 지원금은 선별지원으로 국세청의 카드내역을 비롯해, 건강보험공단의 상시근로자수, 매출액 등의 자료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과세 정보를 활용하려는 것은 실제 피해를 입은 계층에 피해만큼 지원을 해야한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 규모가 커지고, 지원 대상이 넓어진만큼 지급 기준이 세밀해야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1~3차 지원금처럼 특정한 조건 몇가지만 충족하면 동일한 액수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게 기재부의 구상이다.
18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기재부는 국세청 관계자를 불러 4차 지원금 지급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세 등 여러 납세 통계 등 과세 정보를 기반으로 매출 감소 등 코로나19 피해 선별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넓게 더두텁게 지원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선별을 정교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국세청과 코로나 피해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4차 지원금 등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핵심을 ‘대상은 늘었지만 더 정교한 선별지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기재부는 4차 지원금을 지급대상을 기존 연매출 4억원(월 매출 3300만원 수준)에서 10억원(월 매출 8330만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연매출 4억원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불만이 많았다. 지원 대상을 연매출 10억원 이하로 확대할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자영업자는 45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자영업자수 약 55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이 지원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또 기재부는 서비스업에 적용됐던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제한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는 ‘제조업·광업·운수업·건설업은 10인 미만,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은 5인 미만’ 사업자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는데, 5인 이상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기재부는 4차 지원금 지급대상 기준 마련에 더욱 고민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기준을 완화해 지원 가능 대상의 범위를 넓히지만, 동시에 지급대상을 정교하게 설계해 ‘정말 어려워진 계층에 집중적하는 선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으로 실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골라내서 지원을 하겠다는 게 기재부측 구상이다.
이럴 경우 효율적인 재정집행과 경제 유발 효과도 극대화 할 수 있다. 또 전국민 지원을 내세운 여당과 충돌을 감수하고 기재부가 선별지원을 강조한 것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정말 어려워진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선별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가 크고 재정건전성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며 "정교한 선별지원을 통해 남은 재정은 노점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사각지대에 있던 계층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정교한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규모를 촘촘하게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정교한 선별지원을 위해서는 코로나19 피해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선별 능력이 핵심이다. 과거 2~3차 지원금은 국세청 카드내역과 건강보험공단의 매출액, 직원수 등의 정보를 활용했다. 매출액 4억원 이하, 직원 5인 이하라는 조건에 해당되는 자영업자들은 최대 100만원 가량 비슷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사업 형태별 자영업자들의 실제 피해에 비례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고도화 된 선별지원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과세 정보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세 정보는 그간 개인정보 문제로 인해 국세청이 각 부처에 제공하기는 어려웠다. 국세기본법 제 81조13(비밀유지)에 따르면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나 업무상 취득한 과세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별 사업자의 종합소득세 신고 정보보다는 부가가치세 통계와 관련된 국세청 과세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떤 정보를 활용해 지원대상을 선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자영업자 매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부가세 등 과세 자료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부가세 신고는 1월과 7월에 진행된다. 작년 하반기분의 신고가 오는 25일 마감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부가세는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원재료 등) 뺀 숫자다. 기존 카드내역과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함께 부가세 등 과세 정보를 활용할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를 정교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특정 업종의 매출 규모별 매출 감소를 유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문제 등으로 국세청이 과세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지원금의 지급 주체를 국세청이 담당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차라리 재난지원금 지급 주체를 국세청으로 지정하면 된다는 아이디어다.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자활력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장려금(EITC) 처럼 국세청이 지급 주체가 돼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자는 구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기재부 등 정부 일반부처가 아니라 국세청 등 과세 관청이 된다면 개인정보 이슈를 피할 수 있다"며 "국세청이 국세 환급금이라는 형식으로 집행을 할 경우, 소득이 있거나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계층을 좀 더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추경 규모를 20조원 수준으로 주문하는 상태다. 다만 기재부는 10조원 수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된 30조원 추경설에 대해서 홍 부총리는 "추측이 심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 노점상과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는 "사각지대를 어디까지 커버할지는 면밀하게 검토해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따라서 재난지원금과 일자리 대응을 위한 예산까지 포함될 경우, 전체 추경 규모가 15조원 안팎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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