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문 닫으라던 與..국민 비난여론 일자 신중론 확대
이달 임시국회에 안건 상정 여부 확정 못 해
국민 10명 중 1명만 "복합쇼핑몰 문 닫으면 전통시장 가겠다"
비난 여론에 눈치 보는 정치권...4월 총선 이후로 연기될 듯
이달 임시국회에서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의 거센 비난 여론에 한발 물러선 양상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관련 규제를 선거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일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아직 안건을 상정하지 못했다. 산자위 관계자는 "여아 간사들이 아직 안건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회 내외부에서는 "유통법 개정 등 부정 여론이 있는 법안의 상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산자위는 오는 22일 법안소위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정치권이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15건의 유통법 개정안이 주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9건, 국민의힘은 6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대표적인 안건이 홍익표 정책위의장(민주당) 안이다. 해당 안은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강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심야 영업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 규정 대상을 복합쇼핑몰로 확대했다.
홍 의원은 "스타필드를 셧다운(폐점) 하자는 게 아니라 쇼핑공간은 닫고 위락시설은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의무 휴일이나 시설 제한 등은 지자체장이 유연하게 결정하자는 게 법안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유통법을 손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정치권 내에서 막상 임시국회가 다가오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회 한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이 규제 일변도 정책이란 지적이 있어 신중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놓고 반대하진 못하지만, 국민과 지자체의 비난 여론을 반영해 무조건 처리해선 안 된다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했다.
이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 때문이다. 지난 16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이 도입되면 전통시장에 가겠다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전경련이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8%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평일 의무휴업 실시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권혁민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여러 연구를 통해 유통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며 "현행 규제에 대한 실효성을 검증한 후 추가로 규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복합쇼핑몰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성격이 짙은 데다, 입점 업체의 60~70%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라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평일의 4~5배에 달하는 도심 외곽 쇼핑몰의 경우 월 2회 주말 의무휴업을 하면 매출이 현재의 3분의 2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느라 재난지원금 등 정부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법이 정치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철을 앞두고 지역구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법안 발의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대기업 점포를 규제하겠다고 한다"며 "유통법이 효과가 없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 원인을 대기업에서 찾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부터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시행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소비자는 5.8%에 불과했고, 아예 쇼핑하지 않는다는 이는 20%에 달했다.
오히려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이마트 부평점 폐점 뒤 2년간의 상권 변화를 살펴본 결과 반경 3㎞에 있는 중소형 슈퍼마켓과 소매점, 음식점 등의 매출액이 떨어졌다.
조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계 판도가 달라진 만큼 새로운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코로나 이후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은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 방문할 유일한 휴식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규제를 확대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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