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5나노 칩셋 애플이 독점하자..삼성 노크하는 AMD·엔비디아
TSMC 5나노 공정 53%는 애플 몫…AMD는 5%
AMD CPU 공급 차질로 인텔과 경쟁에 발목
공급망 다변화 후보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거론
대만 TSMC 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애플이 독점하자, 이에 떠밀린 AMD·엔비디아 등이 삼성전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으로 불리는 5나노 미세공정이 가능한 회사가 TSMC 말고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TSMC의 5나노 공정 생산 반도체의 53%는 애플의 몫이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맥북, 맥 등에 탑재하는 반도체 칩셋의 전량을 TSMC에 의뢰해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 역시 아이폰에 장착되는 5G 모뎀칩 등을 TSMC에 맡기고 있다. TSMC 5나노 공정에서 애플과 퀄컴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퀄컴·브로드컴(싱가포르)·미디어텍(대만)과 함께 세계 5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로 불리는 AMD와 엔비디아는 TSMC 5나노 공정 점유율이 각각 5%, 3%에 불과하다. 애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TSMC의 매출은 53조원쯤이다. 여기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3%쯤으로 추정된다. 특히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이 비중이 50~80%로 치솟는다. 업계는 이 때문에 TSMC가 AMD나 엔비디아에 비해 애플을 생산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본다.
현재 AMD는 젠4 아키텍처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RDNA3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TSMC 5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AMD와 PC용 CPU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인텔은 주력 CPU를 14나노 공정에서 만들고 있어 시장에서 AMD 제품 평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AMD는 CPU·GPU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 수요는 높지만, 생산 배정에서 후순위에 밀린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PU 시장 점유율 확대를 본격적으로 노리는 AMD의 생산 배정이 후순위라는 점은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AMD에는 뼈아픈 대목이다"라며 "AMD가 TSMC 의존을 벗어나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AMD는 차후 칩셋 공급망을 넓히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다. 현재 전 세계에서 5나노 칩셋 공급이 가능한 회사는 TSMC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유일해서다.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삼성과의 협력 관계가 더 깊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TSMC가 아닌 삼성전자에 맡겼다. 현재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화성캠퍼스 8나노 공정 라인에서 생산 중이고, 최근 5나노 이하 공정으로 만들어질 GPU도 생산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4%로 1위,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이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UMC가 각각 7%로 3, 4위를 달린다. 중국 SMIC는 5%로 5위다. 올해 5나노 칩셋 수요가 본격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미세공정 점유율은 TSMC 60%, 삼성전자 40%로 예상된다.
TSMC는 5나노 칩셋 생산여력이 거의 풀케파(공장 가동률 100%)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팹리스 업체들이 칩셋 생산을 늘리려면 5나노 공정이 가능한 삼성전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초과 물량만 흡수해도 상당한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하지만 이 경우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TSMC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영원한 2인자’ 낙인이 불가피한 데다, 안정된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한다.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TSMC를 본격적으로 추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쉽지만은 않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미 TSMC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과 3나노 공정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TSMC는 올해에만 31조원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증권가가 예측하는 올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관련 투자액은 12조원쯤으로, TSMC의 3분이 1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생산 여력만 갖춰지면 고객사들은 언제든 생산을 TSMC로 옮길 수 있다"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만이 파운드리 미세공정에서의 삼성전자 우위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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