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일수 10일 모자라서 재난지원금 못받았어요"
전 국민에게 모두 지급됐던 코로나19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2차, 3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을 주된 대상으로 시행됐습니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맞춤형 재난지원금'을 목표로 했지만, 여전히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두 번 우는 일용노동자 "이게 일했다는 증거인데…사장님이 일용직이라 서류 못 준다고 해"
매달 4~5일 정도만 쉬고 매일같이 일을 해왔다는 이춘영 씨는 일용노동자입니다. 인력사무소 두세 곳에 가입해놓고 사무소에서 전날이나 당일에 일할 곳을 문자나 전화로 소개받아 일을 나가곤 했습니다. 짧게는 반나절에서 하루씩, 길게는 일주일 넘게 식당 등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3일을 마지막으로 1년 가까이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면서 일용노동자를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이 씨에게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은 '한 줄기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한 번도 지원금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이 '지원 대상'임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용보험공단과 세무서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떼어다가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러 갔지만,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일용노동자가 자신의 소득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확인서'가 필요한데 이 확인서를 써주는 업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겨우 용기를 내 자주 일을 가던 식당의 사장을 찾아간 이 씨는 또다시 말 한마디 못해보고 눈물을 머금은 채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그 사장은 이 씨에게 "일용직이라서 함부로 확인서를 못 써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면 적어도 일한 곳의 절반이 넘는 업장에서 확인서를 받아가야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던 겁니다.
다른 곳의 사장들에게는 왜 요청해보지 않았느냐고 질문에 더 슬픈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씨는 "나중에 상황이 좋아져서 일하러 오라고 부르면, 나는 이 사장님들 얼굴을 다시 봐야 하잖아요. 저는 또 일해야 하니까요."
■ 1년여 만에 폐업한 펜션 … "재난지원금 받으려고 매달리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업종마다 상황이 다른데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같은 일정 기간의 매출 기준을 지급 기준으로 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지난해 1월 아내와 함께 태안에서 펜션을 시작한 40대 사장님은 "펜션 업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 했습니다. 지난해 초 개업한 경우에는 지난해 6, 7월 매출보다 8월 매출이 줄었다는 걸 증명해야 했는데, 숙박업계 특히 펜션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는 겁니다.
펜션은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동안의 여름 장사가 1년 매출의 대부분입니다. 특히 8월은 최고 성수기로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나마' 손님이 올 가능성이 높은 달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하고 보완해 제출하면서 석 달 만에야 2차 재난지원금을 받았다는 이 사장님은 "재난지원금 받으려고 매달리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면서 3차 재난지원금을 받기도 전에 최근 폐업했습니다.
■ "이의신청 왜 받는지 이해 안 가 … 영업일수 10일 모자라서 안 된다는 말만 반복"
지급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하지 못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난해 6월 필라테스 센터를 인수한 김서영 씨는 단 10일 차이로 집합금지 업종을 대상으로 한 2차 재난지원금 20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5월 31일 이전 창업자로 지원대상을 한정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5월부터 인수 절차를 진행해 6월 2일부터 센터를 열었지만, 사업자 등록증은 6월 9일에야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업자 등록증은 행정적 절차 때문에 신청한 당일 나오는 게 아니라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립니다. 필라테스 센터는 집합금지 업종이기 때문에 9월 2주, 11월 6주 총 8주 동안 문을 닫아야 했고 매출은 절반 넘게 줄어들었지만, 지원은 받지 못한 겁니다.
김 씨는 '허울뿐인 이의신청 절차'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이의신청 기간에 중소기업법상 기존 사업을 인수한 사업자는 신규사업자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찾아, 지난해 매출자료와 함께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합니다. 김 씨는 '5월 31일 이전 사업자가 아니어서 지급 대상이 아니다'는 지급 거절 문자만 반복해서 받았을 뿐 "제출한 법률적 근거나 매출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해 아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업자들은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한정적 재원으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하기 위해 기준을 마련한 것은 옳지만, 그 기준 때문에 정말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게 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박민경 기자 (pm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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