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학대' 양부는 진짜 몰랐을까?..2차 공판 증언 살펴보니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이 어제(17일) 열렸습니다.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 모 씨는 첫 공판 때처럼 취재진의 눈을 피해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정인이 양부 "아내의 학대 사실 몰라"…법정 증언 살펴보니
안 씨는 정인이의 팔을 세게 붙잡고 강제로 손뼉을 치게 해 울음을 터뜨렸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내 장 모 씨가 정인이를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앞서 안 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아내의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어제 진행된 2차 공판에 출석한 증인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전혀 몰랐다고 보긴 어려운 정황들이 보입니다.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은 안 씨에게 "정인이를 병원에 꼭 데려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정인이는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했는데, 아프리카 기아 아동처럼 말라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원장 A 씨는 정인이를 데리고 어린이집 근처 소아과에 갔습니다. 정인이 상태를 본 소아과 의사는 곧바로 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던 '3차 신고'입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 씨는 "대부분 하원 할 때는 현관에서 교실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정인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아버님한테 들어오라고 해서 오늘 하루 지냈던 모습 이야기를 하고, 병원 데려가서 영양제라도 맞으셔야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안 씨는 "네네네"라고 짧게 답하기만 했을 뿐, 다시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A 씨는 기억했습니다. 부모라면 아이의 상태를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한 데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A 씨는 "신고 이후 정인이가 부모로부터 분리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신고 다음 날 정인이가 부모와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안 씨는 원장에게 "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자신이나 부인 장 씨에게 연락한 뒤에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가 숨지기 전날에도 병원에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이날 부모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안 씨는 또 정인이 몸에 멍 자국이 왜 생겼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정인이의 입양 전후 과정을 담당한 입양기관 관계자 B 씨는 증인 신문에서 "안 씨가 배나 허벅지에 멍이 언제 발생했는지 설명을 못했다"면서 "허벅지 안쪽은 마사지를 해주다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안 씨는 정인이 배에 멍이 든 이유에 대해서도 " 워낙 몽고반점도 많고, 걸음마 시기라 넘어지기도 하고, 상처가 잘 생겨서 명확히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입양 이후 정인이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는데 안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재판 내내 고개 숙인 양부…신변 보호 받으며 법정 빠져나가
증인들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화상으로 증언을 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양부모 앞에는 가림막을 설치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안 씨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증인 신문이 끝나고 다음 신문을 기다리는 동안 휴대전화를 잠시 만지는 것 말고는 어느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안 씨는 재판이 끝나고 오후 5시쯤 법원 밖으로 나왔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빠르게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안 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차량을 막아서면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앞서 1차 공판 때도 법원의 신변 보호를 받았던 안 씨는 이번에도 신변 보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와 만난 양부모 측 변호인은 "증인 신문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 보다는 모든 신문이 다 끝나고 입장을 종합해서 설명드릴 것"이라면서 "양부모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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