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헤엄쳐서 월남?.. 감시장비 포착하고도 늑장 대응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 뚫고 통과 추정
민통선 감시장비 수차례 포착하고도
검문소 CCTV 식별돼서야 대응 나서
병력 출동 후 신병확보도 3시간 걸려
철책서 어민 입는 잠수복·오리발 발견
한겨울 장거리 바다수영 가능한지 의문
◆미흡했던 대응조치… 배수로도 뚫려
1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은 16일 수영을 하며 남하, 휴전선 일반전초(GOP) 이남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올라와서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했다. 이후 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합참은 “16일 오전 4시20분에 도로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인원을 GOP에서 5㎞ 정도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로 식별했다”며 “병력을 투입해 민통선 북방에서 오전 7시20분에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별다른 제지 없이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걸어 내려왔고, 군은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오전 6시 35분에서야 발령했다. 검거 당시 이 남성은 낙엽을 몸에 덮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 3㎞ 이상 떨어진 (해안) 철책 부근에서 발자국이 발견됐고, 이 지점으로 상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철책 전방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는데, 환복 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은 오전 1∼2시 군 감시장비에 수차례 포착됐다. 군이 민통선 검문소 CCTV에서 북한 남성의 월남을 인지했다고 밝힌 오전 4시20분쯤보다 훨씬 앞선 시점이다. 하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이 남성은 민통선 검문소 인근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검문소 CCTV에서 포착된 이후 군 병력이 출동했으나 신병 확보에 3시간이 걸렸다. 군의 경계망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 남성이 휴전선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착용한 잠수복은 어민들이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할 때 입는 머구리 잠수복이다. 서 장관은 “(북한 남성이 착용한) 잠수복은 일체형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 솜동복을 입고 줄을 졸라매 물이 스며들지 않게 했다”며 “(남성이) 수영을 6시간 내외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수영해서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10여㎞를 헤엄쳐 남쪽으로 올 수 있느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사건 당시 수온은 8도. 장거리 수영을 하면 저체온증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다. 목선이나 부유물을 이용해 남하했다가 해안 인근에서 수영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해상에서 식별된 부유물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 남성의 정확한 신원과 출발 지점 등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차가운 겨울바다로 월남하려면 뛰어난 체력과 해상 지식 등이 필요하다. 민간인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북한 주민의 철책 월남에 당했던 동부전선 경계망이 또 뚫렸다. 군 감시장비는 있으나 마나 했다. 합참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의 해안 경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22사단은 이전에도 숱한 사건·사고들로 점철된 곳이다. 민간인 총기 탈취 사건(2005년), 민간인 월북 사건(2009년),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2012년), 고일병 투신자살 사건(2017년), 최전방 초소 ‘음주 파티’ 사건(2017년), 북한 주민 ‘철책 귀순’ 사건(2020년 11월)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상당수가 허술한 경계에 기인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도 거론된다. 통상 전방사단의 경우 GOP를 책임지는 2개 연대와 이를 뒷받침하는 1개 예비연대로 구성되는데, 22사단은 내륙경계임무와 더불어 해안경계임무까지도 맡고 있어 예비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용 유휴인력이 적다 보니 그만큼 근무는 팍팍하다고 할 수 있다.
박수찬·박병진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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