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피해자 지원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 문닫는다..대안 찾기도 난항
"서울 북부병원 모색해 공백 줄인다..전국 센터 수도 늘릴 계획"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건 인근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긴급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사라지게 된다는 말이에요.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에도 해바라기센터가 있지만, 북부지역 피해자들에겐 접근성도 떨어지고, 다른 센터들도 업무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북부센터의 피해자 지원사례도 많았거든요."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의 말이다. 그는 2월말로 운영이 종료되는 북부센터에 대해 "수사에 있어서도 경찰이 이미 맡은 사건이 있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코로나19로 한계가 있으면 즉시 개입이 힘들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통합형 센터라서 피해자들에게 수사지원뿐만 아니라 의료지원이나 심리치료가 이뤄져 왔는데, 센터가 사라진다면 심도 높은 지원이 이뤄질 수 없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 중 삼육서울병원에서 운영 중인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가 오는 28일로 운영이 종료된다.
북부센터는 2004년부터 시작된 해바라기센터 중 한 곳으로, 위기지원형, 아동·청소년형, 통합형, 3개 유형 중 통합형으로 운영되는 센터이다. 여가부와 서울시, 서울경찰청, 삼육서울병원이 함께 2015년 11월 문을 열었다. 지난 5년여간 서울 북부지역에 사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피해자를 대상으로 의학적 진단과 평가 및 치료, 사건조사, 법률지원 서비스, 지지체계로서 가족기능 강화를 위한 상담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삼육서울병원 측에서 병원경영 상황 등 여러 사유로 북부센터 운영 종료 의사를 밝혔고, 2월초 운영종료 승인통보가 났다. 북부센터는 기록물 이관 등 후속처리를 이유로 3월 중순까지 일부 인력이 남을 예정이지만, 피해자 지원은 28일까지만 이뤄진다. 이미 북부센터는 2월 한 달간 마지막 정리를 위해 24시간 운영되던 센터를 주중으로 한정해 운영하고 있다.
북부센터가 사라진다고 해도 서울 내에는 북부센터와 같은 통합형 센터인 서울해바라기센터, 서울중부해바라기센터 등 2곳과 위기지원 및 아동·청소년형 센터 4곳이 남아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지만,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2019년 한해 동안 39개 해바라기센터(현재 40개)에 총 2만6585명의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했고, 41만3177건의 상담·의료·수사지원이 이뤄졌다.
이에 서울시와 여가부에서는 새롭게 북부센터를 운영할 병원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병원운영 상황 등 여러 이유로 운영을 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혀 지난해부터 후속으로 센터를 운영할 병원을 모집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아직 신청한 병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이 정해져 있다 보니 규모가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비상시라 그런지 관심은 있지만, 여력이 안 되는 병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가부에서도 북부센터가 이대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에 따르면 이전에도 경기 한 지역에서 운영되던 센터가 병원경영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이전할 곳을 찾아 특별한 공백 없이 센터를 이전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번에도 몇몇 병원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코로나19 로 상황이 안정되지 않아 부담스러워한다"라며 "무한정 기다릴 수가 없어서 북부센터의 운영을 종료하게 됐지만, 이를 대체할 곳을 발굴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한 서울 북부 위주의 병원을 모색하고 접촉해 공백을 줄이도록 하겠다"면서 "최근 성폭력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센터의 수는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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