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배민발 라이더 노출 사건에 업계 책임론 부상

이민주 2021. 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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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배달기사의 일탈 행위가 이어지면서 배달 업체 책임론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임영무 기자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계 허술한 채용 프로세스 지적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음식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달기사(라이더)의 일탈 행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배달앱 업계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업체들의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는 라이더 채용에 따른 부작용이 배달산업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최근 라이더의 일탈 행위와 관련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 A 씨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해 수사를 받고 있다.

A 씨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여성 주민이 이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가 A 씨의 공연음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통해 A 씨가 성기를 노출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즉각 A 씨에 업무 정지 조치를 내렸고,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A 씨가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앱에서의 신원인 계정을 정지했다. 회사 측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A 씨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손님 성희롱을 비롯한 배달기사 일탈 문제는 특정 업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는 배달 주문을 한 여성 고객이 배달원으로부터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문자를 받았다. /네이트판 갈무리

지난해 10월에는 지역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가 포장 봉투에 성희롱 문구를 적어 배달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원들이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대전의 한 배달업체 배달원이 고객의 신체부위를 평가하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 고객에 따르면 배달음식을 주문한 뒤 배달원으로부터 곧바로 '301호 가슴 큰X'이라는 문자가 왔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에는 배달원이 고객에게 "나랑 같이 먹을까?", "혼자 다 먹게?"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 2019년 12월에는 대구지역에서 한 배달원이 여성 고객에게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난폭 운전과 '음식 빼먹기' 등 일부 라이더들의 일탈 행위와 관련한 크고 작은 사건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업체의 무분별한 채용이 이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로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원 구인에 급급한 나머지 채용 후에도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배달앱 업체는 배달원 채용 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배민라이더스 모집 조건은 △만 19세 이상 △개인 바이크 소유자 △유상운송 종합보험 가입이 전부다. 온라인 폼에 이름, 생년월일과 같은 개인정보와 배달경협 여부 등을 입력하면 지원 절차는 완료된다.

일각에서는 배달기사에 대한 자격 검증이 미흡한 점과 무분별한 채용이 일탈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주 기자

자전거나 도보로 배달을 하는 배민 커넥트의 경우 빠르면 하루 안에 지원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면 배민커넥트 계정이 발급된다. 안전보건교육 역시 온라인 동영상 시청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동영상 강의의 경우 시청하지 않고 회차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진도율이 충족됐고, 최종평가 역시 10문항으로 수업을 듣지 않아도 통과가 가능했다. 학습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배달원 선발 과정에서 자격이나 이력, 부적격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대행업종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 56조에서 명시돼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배달업체에 성범죄자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용인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청원인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성범죄자가 배달대행을 하고 있다며,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직인 배달업에도 관련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3만여 명이 동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원 관련 피해의 또 다른 문제는 고객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라며 "고객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기에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달앱 업체에 신고하더라도 사후 처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배달원들의 일탈행위가 성실하게 일하는 다수 배달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게 안타깝다"라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더 체계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배달앱 업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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