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은 흔히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라고 한다. 문재인·전해철·곽상도·김영한·우병우·조국 등 거쳐간 사람만 봐도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권세만큼이나 바람 잘 날 없는 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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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권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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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정수석의 권세가 드러난 대표적 장면은 우병우 전 수석의 미소였다. 2016년 11월 조선일보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우 전 수석이 팔짱 낀 채 앉아 여유 있게 웃는 사진을 보도했다. 조사 나온 후배 검사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었다.
실제 민정수석은 국가 사정(司正) 권력의 최정점으로 불려 왔다. 공직기강과 부패 여부를 점검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의 검증도 해야 한다. 법무부·검찰과 대통령 간 가교가 되기도 한다.
역대 민정수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검찰'이다. 이유는 우 전 수석의 사진 한 장으로 설명 가능하다. 검찰 고위직 출신들을 민정수석에 기용하면 청와대가 사정기관을 틀어쥐고 원만한 통치를 해나갈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민정수석 10명은 전원 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비검찰 출신을 적극 기용했다. 정권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신현수 현 민정수석 이전에는 3명(조국·김조원·김종호)의 모두 비검찰 출신이었다. 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에 "권력의 위세를 부리지 않는 민정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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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와 비례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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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만큼 잡음도 많았다. '최순실 게이트'의 전초전 격인 '정윤회 문건 사건'의 경우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과 민정수석실 간 주도권 다툼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있다. 우 전 수석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로 정권이 몰락한 후 법정을 드나들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면서 이른바 '조국 사태'를 초래했다. 나라 여론이 두 쪽으로 쪼개지며 현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사건으로 남았다. 김조원 전 수석은 '강남 부동산 두 채' 보유 이슈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 과정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불화설까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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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첫 검사 출신 민정수석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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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문재인 정부 첫 '검사 출신'인 민정수석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신현수 수석은 사시 26회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다. 이때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청와대는 신 수석에 대해 "문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사법개혁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법무·검찰 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의 설명 중 핵심은 '안정적으로'였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만신창이가 된 청와대와 검찰 간의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인사로 평가받았다. 청와대의 '강공'에서 '완급조절'로의 기류변화를 상징하는 인선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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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법무장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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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 수석이 최근 취임 두 달도 채 안 돼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게 배경으로 지목됐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추미애 라인'을 유임시키는 등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신 수석과의 논의를 건너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서도 최근 갈등 봉합 흐름이 무색해진 '일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과의 대립구도를 유지하는 듯한 인사에 신 수석이 자신의 역할론을 부정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자존심이 상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국·추미애 사태가 '신현수-박범계 갈등' 구도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일단 신 수석의 사의를 반려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사표가 아닌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다"며 "거취 문제는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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