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안철수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 말고, 보수 야권과 손잡으려는 안 후보 말이다.
그는 기성정치 환멸에서 시작된 '안철수 신드롬'으로 정계에 데뷔했고, '진보의 희망', '호남의 사위', '극중주의'로 불려 왔다. 그간 정치 궤적에 따라 수식어를 달리한 것이다. 이제는 그토록 비판해온 보수정당과의 연대에 나섰다. '안철수는 누구인가'란 질문이 또 한 번 대두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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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시작은 민주당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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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들어 '청년멘토'로 활약해온 안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며 '안철수의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 중도의 지지세를 바탕에 두고 안풍(安風)을 일으켰다.
애초부터 '실용주의'를 중시해 왔던 안 후보지만, 연대의 대상은 현재 여당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단일화에 나섰다. 2014년에는 힘을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안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당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복지공약 후퇴, 사라진 경제민주화, 대선 이후에도 어른거리는 국정원의 그림자"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새누리당이 국민 희망을 꺾게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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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사위 강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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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그가 손을 잡은 계파는 호남 다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였다. 문 대통령의 '호남 홀대론'을 고리로 호남 맹주가 되는 길을 택했다.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전남 출신이어서, 자연스럽게 '호남의 사위'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결국 호남 다선 및 비노(非盧) 비주류 의원들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호남 지역구 28곳 중에서 23석을 가져가는 '녹색 바람'에 성공했다. 진보진영 지지세, 민주당 지지도가 가장 높은 호남에서 그가 ‘대안’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였다.
당시 그의 별명 중 하나인 '강철수(강한 안철수)'는 탈당을 앞둔 안 후보가 호남을 방문했을 때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호남의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안 후보도 "광주에서 붙여주신 별명 '강철수' 대로 앞으로 증명해보이고 신뢰를 다시 얻고 싶다"며 호남 민심에 러브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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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실패…호남떠나 중도보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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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19대 대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탄핵 정국에서 당시 보수여권인 홍준표 후보(24.0%)보다 적게 득표해 3위(21.4%)에 그쳤다. 이후 안 후보가 내놓은 게 '극중주의'다. 진보와의 거리, 중도보수의 대안으로 정체성을 설정했다.
진보를 떠난 안 후보에 호남은 더 이상 환호하지 않았다. 안 후보도 유승민 전 의원(현 국민의힘), 손학규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결성하며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안철수계·유승민계·손학규계가 극심한 내부다툼을 벌인 끝에 흐지부지 해체됐다.
안 후보는 독일과 미국에서 시간을 보낸 뒤 2020년 정계에 복귀했다. 재창당한 국민의당은 색깔(녹색→주황색)만큼 그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중도를 지향하지만, 진보보다는 보수에 좀 더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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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수로…정체성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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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는 "단일화 후에는 합당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될 경우 '1+4년'으로 재선까지 노리겠다고 천명했다. 서울시장이 되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장 경선 및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백의종군을 하다가 내년 대선에서의 역할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안 후보의 정체성이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의 정체성'을 묻는다. 나경원 예비후보는 안 후보가 과거 문재인 정부에 협력했던 이력을 문제삼으며 "야권 후보로 열심히 뛰니까 참 모순적인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부터는 "철새"라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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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의 정치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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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을 바꿔가며 정치적 연대를 거듭해왔지만, 항상 끝이 안 좋았다는 점도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시절 동지가 모두 적으로 바뀌었고, 분열하며 '용두사미'로 끝났다. 호남에서는 지지세를 상실했다. 지난해 귀국 직후 광주를 찾았지만 싸늘한 민심만 확인했다. 진보에서 보수로 오는 동안 '덧셈'이 아닌 '뺄셈'이 이뤄진 것이다.
바른미래당에서 안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후보와 관련해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부정적"이라며 "같이 일해 본 분들은 안 대표 행보에 대해 용두사미식으로 끝날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가 10년 동안 주장해온 '새 정치'는 아직도 모호하다"며 "안 후보에 대해 가장 대표적인 평가 중 하나가 '주변에 남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극복해야 안 후보가 보수 야권에서 역할론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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