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손들어준 文대통령, 신현수 "나는 패싱당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 검찰 고위급 간부 4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지난 7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동안 검찰 인사 방향을 놓고 법무부, 검찰과 논의를 해왔는데 자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갑자기 인사가 발표돼서다. 신 수석은 박 장관에게 불만을 드러내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했지만, 신 수석은 사의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그런 신 수석을 달래며 계속 민정수석을 맡아달라고 했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의 계속된 만류로 수석보좌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에 참석하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거취는 그대로 변함이 없다.
청와대가 17일 밝힌 신 수석의 사의표명 전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사의를 몇차례 표명했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다”며 “이후 민정수석은 단 한 차례 회의에 빠진 일이 없고 오늘도 아침 현안회의에도 참석했다. 거취 문제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은 지난해 12월31일 임명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신 수석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교체 이후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며,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개혁을 수행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임명 두 달도 되지 않아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개혁 문제가 또 난항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 수석은 박 장관이 검찰 측 의견을 반영해 이견을 조율할 줄 알았지만, 결국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박 장관이 법무부 안을 밀어붙여 대통령 보고 및 재가를 거쳐 법무부안을 관철시켜서다.
여권 일각에선 박 장관이 이견을 보이는 신 수석을 배제하고 대통령에게 법무부안을 직접 보고(직보)해 재가를 얻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인사안이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과정에 대해 "박 장관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박 장관의)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재가는 있었던 것"이라고만 말했다. 청와대는 박 장관의 직보 여부나 문 대통령의 상황 인지 여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설이 돌던 초기부터 신 수석은 박 장관이 자신과의 논의를 건너뛰고 일방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한 데 대해 주변에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극한 대립으로 발생한 갈등을 봉합하고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임명된 후 첫 검찰인사부터 자신의 뜻이 무시당하자 사의를 표명했는데, 향후 법무부와 검찰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에 몸담고 있는 신 수석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과 달리 검찰 편에서 일을 처리하다가 발생한 개인적인 돌발행동으로 지적한다.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해야할 신 수석이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정수석은 어디까지나 청와대 직원으로, 대통령을 잘 보필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일신상의 사유로 누구나 사의표명은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듯 언론에 흘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일부 언론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이번 사안을 연계한 데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월성원전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이번 검찰 고위 인사에서 신 수석을 통해 검찰측 의견을 반영하려던 방침을 접은 게 아니냐는 보도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에서 신 수석과 의견이 다른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법무부와 인사를 조율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 이견은 없었다"며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고 민정수석을 패싱해서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비서관이 사표를 낸 적도 없고 이견을 낸 적도 없다"며 또 "이명신 반부패비서관, 김영식 법무비서관은 김종호 전 민정수석 시절에 사의를 표했는데 후임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지금까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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