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불신' 비판 속 김명수의 침묵..법원 내부 "입장 밝혀야"
거리두던 법원 내부서도 '사법부 위기' 공감대
내부선 "사퇴 여부 별도로 입장 표명" 요구도
金 '사과 검토' 입장..주변선 '별 일 아냐' 시각도
김 대법원장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한 만큼 직접 입장을 밝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지만, 대법원 고위급 일각에선 '논란은 곧 지나갈 것'이라는 식의 기류도 감지돼 사태를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한 지난 4일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해 송구하다"고 밝힌 뒤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며 말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라는 발언이 포함돼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논란이 번졌다.
김 대법원장은 하루 전날인 3일까지만 해도 "탄핵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거센 비판에도 직면했다. 모두 사법부 신뢰와 개혁의 진정성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논란이지만, 정작 이를 자초한 김 대법원장은 2주가 넘도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같은 날 김찬돈 신임 대구고법원장도 "초유의 법관 탄핵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로 상상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지만 준엄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법원장들의 취임사를 두고 수위만 각자 다를 뿐 최근 사태를 사법부의 위기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기류와 맞물려 김 대법원장이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많다.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4일 법원 내부망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적 고려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지금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바로 대법원장 본인이며 이제라도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 전체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사실상 공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주까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게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퇴 여부는 추후 판단 하더라도 이 정도 사안이면 일단 김 대법원장이 침묵하고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간 말을 아껴왔던 여권 일각에서조차 사퇴 요구가 나오며 김 대법원장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주당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본질적인 문제를 거짓말이라는 프레임으로 옮겨가게 한 책임이 있다"며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대법원 일각의 시각은 사뭇 달라 보인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고위 관계자가 "별일 아니다. 논란은 다 지나갈 것"이라는 취지로 내부를 다독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안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법원 안팎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안일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결국 김 대법원장이 끝내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17일 대법원에 항의 방문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는 거절했지만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은 국민의힘이 지난 15일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앞서 중앙지검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가 김 대법원장을 고발한 사건은 모두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에 배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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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완·정다운 기자] canbestar3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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